SK이노베이션이 적자에 빠진 분리막 사업 정상화를 위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를 흡수 합병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주를 설득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병 결정은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지만, 주주 20%가 반대할 경우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IET 흡수합병과 관련해 전날 온라인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9월 14일 주주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9월 9일~23일에는 주주로부터 SKIET 흡수합병과 관련한 반대 의사를 접수받는다.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옥 전경. / 뉴스1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SKIET를 흡수 합병한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상법상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SK이노베이션)가 합병으로 인해 발행하는 신주가 존속 회사 발행 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하지 않으면 소규모 합병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 흡수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 발행 주식 수는 SK이노베이션 전체 발행 주식의 2.6%다. 소규모 합병에 해당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의 합병 승인을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단, 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주 중 반대하는 주주의 비율이 20% 이상이면 소규모 합병 절차는 중지된다. SK이노베이션이 주주를 상대로 흡수합병에 대한 반대 의사 접수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다. 만약 주주의 20% 이상이 흡수합병에 반대하면 이사회 승인 대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 SKIET 흡수합병이 달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SKIET 실적은 물론 재무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소재 사업이 물적분할해 출범한 회사로 2021년 5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전기차 시장 확산에 기대를 걸고 국내, 중국, 폴란드에 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상장할 때만 해도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제품 경쟁력도 중국 업체와 비교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IET은 2024년 이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SKIET는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2910억원,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IET가 2021년 상장 이후 영업이익을 거둔 해는 2021년(892억원), 2023년(320억원) 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역시 1367억원에 달한다. 순차입금은 1조1500억원, 부채비율은 152%로 지난해 말보다 83%포인트 뛰었다.

SKIET는 실적이 악화하자 지난해 8월 주가수익스와프(PRS) 연계 방식으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충북 증평군 소재 분리막 공장의 상업 생산을 연내에 중단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증평 공장은 지난 2010년 가동을 시작해 15년 이상 운영한 설비다.

또한 SKIET는 중국 공장 운영법인 'SK 하이테크 배터리 머티리얼즈' 보유 지분 100%를 지난 5월 중국 분리막 업체에 4억위안(약 888억원)을 받고 처분했다.

각종 조치에도 SKIET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데다 자금조달을 할 여력이 제한되자 SK이노베이션은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열린 온라인 설명회에서 제3자 매각, 자금 대여, 지분 출자, 포괄적 주식 교환도 검토했으나 SK이노베이션의 신용을 기반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것이 낫다고 판단해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적자 기업을 떠안는 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윤활유와 배터리 사업 수익성 개선에 힙입어 3조48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은데다 올해도 주주환원 정책 마련에 소극적인 상태라 주주 사이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0조2960억원, 영업이익은 4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25.8% 증가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27.9% 감소하면서 5조4061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실적 및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배당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환원책을 향후에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부사장)은 전날 "SK이노베이션 연결 재무제표는 합병 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중장기 이익과 순차입금 규모, 투자 계획, 잉여 현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되면 말하겠다"고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유·윤활기유 업황 호조에 따른 현금흐름과 재무구조 개선에도 자회사 지원이 우선될 경우 기존 주주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SK온과 SKIET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