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철강업계에서 전기료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주요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역별로 전기요금 인하 폭이 가장 큰 남부권(최대 10%)과 중부권(최대 8%)에 주요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료로 연간 1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입지적으로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제철소를 보유한 포스코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인하의 혜택을 더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현대제철은 전기로 생산 비중이 높아 제조원가 절감 측면에서 전기요금 인하의 체감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지난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은 전국을 전력계통 구조를 반영한 4개 광역권(수도권 북부, 수도권 남부, 중부권, 남부권) 등 총 11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현행 전기요금 체계(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지역별로 다른 할인 폭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먼저 4개 광역권을 공개했으며, 향후 균형성장을 고려해 4개 권역을 분류하고 최종적으로 11개 지역 구분을 확정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4개 광역권 중 전기료 인하율은 영·호남이 포함된 남부권이 7~10%로 가장 높다. 강원·충청 등 중부권은 5.5~8%, 인천과 수도권 북부는 3~5.5%의 인하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인 1킬로와트시(kWh)당 181.90원 기준으로 남부권은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이 인하된다. 용인 등 수도권 남부는 현재와 동일하거나 1원 내외에서 조정돼 현 수준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5년간 70% 넘게 상승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Wh당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2021년 105.48원에서 2025년 181.90원으로 약 72% 올랐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료가 5년간 두 배 수준으로 올라 원가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안이 시행될 경우 제조원가 절감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철강업은 철광석·철스크랩 등 원재료와 전력 등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 매출원가율이 높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원가율은 92~93%에 달했다. 전력 다소비 업종의 특성상 전기요금 인하는 직접적인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철강사별로 전력 비용 절감 규모는 지역별 차등 인하 외에도 전기로 생산 비중, 공장별 전력 사용량, 외부 전력 구매 비중, 자가발전량 등에 따라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철스크랩 등을 녹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로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로 용강 생산 공정의 전력 사용량은 철강 1톤당 평균 425kWh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상대적으로 전기로 비중이 크다 보니 외부 전력 구매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전기요금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제철소(중부권)는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가동하고 있으며, 인천공장(수도권 북부)과 포항공장(남부권)은 전기로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조강 생산량 중 고로 비율은 69%, 전기로 비율은 31% 수준이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 원가 중 전력 구입 비용은 10~20%를 차지하는데,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갖춘 현대제철의 경우 전력 구입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어섰다"고 했다.

현대제철의 연간 전력 구입 비용은 1조원 수준이다. 하나증권은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폭과 공장별 전기로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력 사용량(97억kWh) 기준으로 연간 1400억원대의 전기료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가장 큰 전기로가 있는 당진은 중부권 전기료 할인이 적용될 텐데, 아직 공장별로 전기요금이 어떻게 적용될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영향을 예측하긴 어렵다"며 "그럼에도 전기료 인하는 인하한 만큼 원가 개선으로 이어지고, 영업이익 증가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더 생길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가 모두 남부권에 속해 최대 10%의 전기료 인하율이 적용될 수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국내 조강 생산량은 3453만7000톤으로, 현대제철의 약 두 배 규모다. 그러나 포스코의 연간 전력 비용은 현대제철보다 조금 많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는 고로 중심 조강 생산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 중 전기로 비율은 3.3%에 그쳤다. 여기에 고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자체발전 비중도 높다.

지난해 포스코의 철강 부문 전력 사용량 중 자가발전 비중은 88%, 외부 구입 비중은 12% 수준이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전력 사용량 기준, 포스코 철강 사업부문이 전기요금 인하에 따라 연간 최대 1752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용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저탄소 철강으로 가기 위해선 전기로를 많이 써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리기로 한 것은 혜택이 맞는다"면서도 "다만 현재 철강업계에 더 시급한 것은 반덤핑 관세를 통해 수입산 저가 철강재를 막고 내수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