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광권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를 기다려서는 잡기 어렵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살타에서 만난 포스코아르헨티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리튬은 같은 양이 묻혀 있어도 농도와 불순물에 따라 생산비가 크게 달라진다. 질 좋은 광권을 남보다 먼저 알아보는 정보력과 이를 실제 광권 확보로 연결하는 현지 네트워크가 자원 확보전에서 중요하다는 뜻이다.
포스코홀딩스가 2018년 2억8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100억원)에 사들인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광권이 그런 사례다. 인수 당시 추산된 리튬 매장량은 225만t(톤)이었지만 자체 탐사 결과 1350만t으로 6배가 됐다. 남보다 먼저 가치를 알아본 '잭팟'이지만, 그만큼 탐사 결과에 따라 투자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고위험 사업이기도 하다.
이런 자원 사업의 위험을 덜어줄 안전판 하나를 포스코는 최근 손에 넣었다. 살타·카타마르카주(州) 4000m 고지대에 있는 염수리튬 2공장 상공정이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 승인을 받은 것이다. 2년 가까이 공들인 결과로, 법인세율이 35%에서 25%로 낮아지고 수출대금은 4년 뒤부터 전액 외화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탄산리튬 수출세도 3년 뒤부터 면제되며, 이 같은 투자 조건은 30년간 보장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효과를 약 9억달러(약 1조2400억원)로 추산한다. 정권에 따라 외환·세제 정책을 뒤집어온 아르헨티나에 현재까지 23억달러(약 3조1700억원)를 투자한 포스코홀딩스로선 절실한 장치였다. 페르난도 아빌라 아르헨티나 하원 광업위원장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 "과거 정책 변화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RIGI는 정권이 바뀌어도 혜택이 유지되도록 국제 중재 절차까지 마련해 둔 제도"라고 말했다.
자원을 쥔 나라가 이렇게 혜택을 걸고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인다면, 자원이 필요한 나라들은 기업 뒤에서 금융과 외교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핵심 광물은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지만 매장과 생산이 소수 나라에 쏠려 있어, 공급이 막히면 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인 쯔진마이닝은 캐나다 자원회사를 약 7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통째로 인수해 아르헨티나 고농도 염호 광권을 확보했다. 리튬 개발이 집중된 후후이주에서 공장을 돌리는 데 쓸 전기를 만드는 300㎿(메가와트)급 태양광 단지는 중국 기업들이 건설을 맡았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태양광 단지 건설 계약금의 85%에 해당하는 최대 3억3150만달러(약 4500억원)를 연 3% 금리로 아르헨티나 정부에 빌려줬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중국은 광산 인허가와 규제의 핵심 권한을 가진 아르헨티나 주정부들과 관계를 다지며 리튬 사업을 확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광권 투자와 현지 정부 네트워크, 국책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리튬 원료 확보부터 가공까지 영향력을 넓힌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정제·가공 물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이 광권을 찾는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위험을 나눈다. 도요타통상이 아르헨티나 올라로스 염호 개발에 뛰어들 당시 공공기관인 일본 에너지 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초기 탐사비의 절반을 대고 개발 대출엔 채무보증을 섰다. JOGMEC가 초기 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도요타통상은 사업 지분 25%와 생산물 판매권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자원 안보전으로 번지는 흐름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격 변동성과 공급 과잉, 정책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핵심 광물 기업 투자는 전년보다 9%, 리튬 전문 기업 투자는 40% 줄었다.
반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정부가 핵심 광물 사업에 융자·보증·보조금 등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정한 돈은 약 650억달러(약 90조원)로 2023년의 4배를 넘었다. 민간 투자가 주춤한 사이, 각국 정부는 공공금융으로 사업 위험을 낮추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키우고 있다는 게 IEA의 분석이다.
한국은 반대로 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 개발에 앞장선 광물자원공사가 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도 5000억원가량만 회수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정부는 2021년 공사를 광해광업공단으로 통합하면서 신규 해외 자원개발 직접 투자 기능을 없앴다. 이후 일반 광물 해외 투자액도 2014년 19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서 2021년 5억달러(약 7000억원) 수준으로 70% 넘게 줄었다.
지원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으로 최대 6억6800만달러(약 9200억원)를 빌릴 수 있었지만, 지원이 이뤄진 건 광권을 확보하고 자원량을 확인한 뒤 2공장을 짓던 단계였다.
기업에 탐사비를 빌려주는 특별융자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별융자는 전액 석유·가스 사업에 지원됐고 핵심 광물 지원은 전무했다. 올해 전체 예산도 675억원으로, 포스코홀딩스가 광권 하나를 사는 데 쓴 돈(당시 약 31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광물자원공사처럼 공기업이 직접 해외 광권에 지분을 넣어 초기 위험을 나누는 기능은 2021년 통합 이후 막혀 있다.
자원 패권 경쟁이 격화하자 정부도 지원 공백을 메울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특별융자 지원 비율을 사업비의 50%에서 70%로 높였고, 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직접 투자 기능을 복원하는 법 개정과 자원안보기금 신설도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은 자원 확보에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며 "실패 위험이 큰 자원 투자의 부담을 정부도 일정 부분 나누는 구조가 있어야 기업이 최전선에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