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단지에 열(증기)과 전기를 공급하는 열병합 발전소 연료를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할 때 적용하던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을 새롭게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 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바꿔도 그 효과를 이전보다 적게 인정해주는 방향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할 경우 석탄의 퇴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현재 GS E&R, 한화에너지, SGC에너지 등 산업단지의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LNG 열병합 발전소로 교체하려면 'LNG 용량시장' 입찰에서 낙찰받아야 한다.

정부가 2024년 12월에 마지막으로 연 'LNG 용량시장' 시범 입찰 기준에 따르면 LNG 열병합 발전소를 낙찰받으면, 기존 석탄 발전용량만큼은 뺀 용량만 발전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기존 석탄 발전용량을 LNG 발전용량으로 1대 1의 기준으로 대체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후부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대신 운영 중이던 석탄 열병합 발전소와 같은 발전 용량만큼만 LNG 열병합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할 때는 가점 3점을 부여했다. 기존에 허가받은 열과 전기 생산 용량이 유지돼야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의 설비용량 목표를 과도하게 넘어서지 않고, 전력계통 혼잡이 초래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해당 제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기본 발표에 맞춰 현재 운영 중인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학계 관계자는 "제11차 전기본 때부터 석탄을 LNG 열병합 발전으로 전환할 때 기존 석탄 열병합 발전량의 절반만 인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정부는 열병합 발전소를 석탄에서 LNG로 교체하면 석탄보다 LNG용 발전터빈 용량이 커 LNG 발전량과 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석탄 발전용 터빈 용량은 보통 100메가와트(MW) 정도다. 하지만 LNG 발전용 터빈 용량은 500MW 정도에서 시작한다. 열병합 발전소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길 원하는 사업자는 기존 100MW급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500MW급으로 키우겠다고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을 적용할 경우 석탄 열병합 발전소 100MW 폐쇄하고 LNG 열병합 발전소를 지으면, 신규로 늘어나는 발전 용량은 400MW만 잡힌다. 그러나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경우 늘어나는 발전 용량은 500MW가 된다.

정부가 LNG 용량시장 입찰 제도를 도입한 건 제11차 전기본부터다. LNG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화석 연료인건 마찬가지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LNG 발전소를 무분별하게 신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정부는 제11차 전기본에 따라 2032년까지 LNG 열병합 발전으로 2.2기가와트(GW)를 충당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2024년 12월 LNG 용량 시장 시범 입찰을 열고 1.1GW를 공고, 0.9GW를 낙찰했다. 남은 물량은 1.3GW이다.

하지만 이후 신규 입찰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온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LNG 열병합 발전소 전환은 1년 이상 막힌 상태다.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운영하는 열병합 발전소 설비 중 약 50%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 중이지만, LNG 용량입찰이 열리지 않으면 LNG로 교체할 길이 사실상 없다.

정부가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까지 재검토하면 2024년 시범 입찰 규칙에 따라 LNG 열병합 발전소 전환을 준비하던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또다시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동일 용량 동일 개체 원칙의 가장 큰 장점은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그대로 LNG 발전소로 전환해 이미 구축된 송전선로·변전소·용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이 바뀌어 신규 LNG 발전소가 다른 입지에 들어서고 기존 석탄 발전소는 폐쇄될 경우 전력 인프라 역시 쓸모가 없어지고, 신규 전력망 건설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가점 혜택이 사라지거나 용량이 감축될 경우 노후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LNG로 바꾸려던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석탄 열병합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맞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