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유럽의 물류 대동맥으로 불리는 라인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주변 화학 업체들의 원료 생산·운반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화학 제품 가격이 올라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시작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를 가로지르는 1320㎞의 긴 강이다. 라인강은 북해로 흐르는 데다 내륙 운하를 통해 흑해로도 나갈 수 있어 국제 물류 운송에 핵심 통로로 꼽힌다.

5일(현지시간) 독일 쾰른 라인강 유람선 선착장 인근에 강바닥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21일 유럽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극심한 폭염으로 라인강 수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18일(현지 시각) 독일 연방수로항만청(WSV) 자료에 따르면 라인강 중류에 있는 카우프 측정소 수위는 6~8㎝ 안팎을 기록 중이다. 강 전체의 실제 수심이 아니라 측정 기준점으로부터의 높이로, 실제 수심은 이보다 약 1m 깊다. 지난 2018년 기존 최저치인 25㎝보다 훨씬 낮아졌다.

라인강이 뱃길로서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수송로를 잃은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바스프를 비롯해 이네오스, 코베스트로 등 글로벌 화학 기업들은 라인강 수로를 따라 위치해 있다. 유럽 나프타분해설비(NCC)의 3분의 1이 라인강을 이용해 원료를 조달하고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지난 11일 독일 화학 기업 코베스트로는 라인강 수위 저하를 이유로 고객사에 일부 제품과 납품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알리는 조치를 뜻한다.

이는 국내 화학업계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2018년 라인강 수위가 25㎝까지 내려갔을 때 유럽에서 생산된 물량이 라인강을 통해 나오지 못해 전 세계 화학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적이 있다. 당시 전 세계 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기업이 수혜를 누렸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시 제품 가격이 폭등해 국내 화학 업체들이 수출로 이익을 봤다"며 "우레탄 중간재인 TDI의 가격이 당시 2주 만에 15%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폴리우레탄 원료인 TDI를 생산하는 한화솔루션, OCI 등을 꼽는다. 자회사 금호미쓰이화학을 통해 MDI를 만드는 금호석유화학, TDI·MDI 소재를 납품하는 TKG휴켐스, 산화방지제를 만드는 송원산업, 에폭시를 생산하는 국도화학, 롯데정밀화학 등도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7월 말부터 라인강 수위가 하락하며 유럽 정제 설비, NCC, 특수화학 물류가 마비됐다"며 "시황이 개선되던 특수화학 제품들의 공급이 추가로 줄어 수혜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라인강 수위 하락은 이미 빠듯한 유럽 화학 제품 수급을 더욱 악화하는 요인"이라며 "올해는 전 세계 TDI, MDI 설비의 정기 보수와 비계획 정지가 겹쳐 유럽 내 실제 구매 가능한 물량이 줄어 역내 가격 프리미엄과 아시아산 제품의 유럽향 수출 유인이 확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