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산하 철강 사업 회사인 포스코의 노사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 노조)이 다음 달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조가 실제 부분 파업에 나설 경우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58년간 이어져 온 무분규 전통이 깨지게 된다.
포스코 노조가 파업 등의 쟁의권을 확보한 것은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24년엔 노조의 쟁의권 확보 후 노사 추가 협상을 통해 교섭이 타결됐다. 그러나 올해는 사측의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 결정에 대한 반발 등으로 노조의 태도가 예년보다 훨씬 강경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단체교섭 관련 3차 조정 회의에서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쟁의권을 확보하려면 중앙노동위의 단체교섭 조정 중지 결정과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 가결이 필요하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92.2%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얻었다.
포스코 노사는 기본임금 인상과 일시금(격려금)·우리사주·명절 상여금·근속 축하금 지급 등 주요 쟁점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임금 7.1% 인상과 기본임금의 600%에 해당하는 일시금, 우리사주 50주, 명절 상여금 200%, 5년치의 임금 자연상승분 지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경우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3차 조정 회의에서 진전된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합의점 모색보다 쟁의권 확보를 먼저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노조는 사측과 추가 교섭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9월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단계적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쟁의대책위원회가 부분 파업 대상 등을 검토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철강업 특성상 고로는 한 번 가동을 중단하면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특정 공장이나 부서, 생산라인, 업무 단위 등을 대상으로 부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부분 파업은 생산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참여 여건, 안전 문제, 회사의 대응 가능성, 현장별 근무 형태 등 여러 요소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며 "쟁의행위는 생산을 멈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회사의 대응에 따라 대상과 수위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의 무분규 전통은 산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1968년 정부 주도로 설립돼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해 온 포스코의 역사가 무쟁의 전통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이란 기치 아래 산업 근대화를 견인한다는 자부심이 노사 관계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23년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연임을 위해 '호화 해외 이사회'를 열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노조 불신이 커졌다. 경찰은 2025년 4월 해외 이사회를 열며 회삿돈을 위법하게 집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 전 회장과 포스코홀딩스 사내·사외이사 등 16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최 전 회장은 2024년 3월 퇴임 후 상임고문역을 맡으며 2년간 회장 재임 때와 동일한 연봉을 받기로 한 것 등이 알려져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전임 상임고문들과 같은 수준으로 보수가 책정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것은 2024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앞서 2023년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쟁의행위를 결의하면서 파업의 전운이 드리워졌으나, 노사가 중앙노동위 조정 회의에서 합의하면서 교섭이 타결됐다. 2024년엔 중앙노동위의 조정 중지와 쟁의행위 찬반 투표 가결로 노조가 처음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노사 간 실무 협상을 통해 그해 12월 합의안을 만들어 내며 파업 위기를 넘겼다.
철강업계에선 올해 포스코 노조의 입장이 예년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4월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직고용 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조는 기존 직원 처우 저하와 안전 문제 등이 예상되는데도 사측이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고용을 발표해 혼란을 일으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직고용 결정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한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추가했는데, 하청 직고용 결정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맞선 것이다.
직고용이 이뤄지면 조직과 인력체계, 직무체계, 임금과 복지, 기존 직원의 업무와 승진 구조 등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 노조는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조합원 투표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나서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2024년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선 찬성률이 72%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찬성률이 92%를 넘어섰다.
포스코 측은 하청 직고용 결정이 노란봉투법의 노동쟁의 대상이라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회사가 별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