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국산 무기체계 중 처음으로 미국에 자주포를 수출한다. 6·25전쟁 이후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아온 한국이 70여 년 만에 미국에 완성형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한화에어로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추가로 12문를 더 도입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돼 있으며, 총 계약 규모는 2억3300만달러(약 3284억원)다. 미 육군은 실제 전투 환경에서 성능, 신뢰성, 유지보수성을 평가하기 위한 작전에 K9MH를 사용한 뒤 최종 도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자주포는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화포를 말한다. 한화에어로가 이번에 제안한 모델은 기존 K9 자주포의 성능 개량형인 K9A2의 포탑을 궤도가 아닌 차량에 얹은 '차륜형 자주포'다. 신속한 장비 이동과 긴 항속거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 장전·발사가 가능한 포탑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원격 사격 통제까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미 육군은 K9MH에 대해 "현대의 고도로 개방된 전장에서 전투력과 기동성, 신뢰성,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신속한 시제품 개발을 통해 대규모 전투의 엄격한 요구 사항에 부응하는, 기동성과 적응성이 더욱 뛰어난 화력 부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제품 공급 계약은 한화그룹이 지난 2017년 북미 최대 지상 방산전시회(AUSA)에 처음 참가한 이후 9년 만의 결실이다. 당시 한화는 K9 자주포 실물을 미국 워싱턴D.C.까지 직접 수송해 전시했다. 이후 미국 내 미주법인을 세우고 전 주한미군사령관, 미 행정부 전직 관료, 글로벌 방산기업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한화는 이번 계약을 토대로 미 육·해군에 무기체계를 공급하게 됐다. 한화는 2024년 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최근 미 해군 미사일 계측함 사업까지 수주했다. 미 정부의 해군 함정 건조 확대 계획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뒤에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 2대에 걸친 경영 방침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00년대 초 다연장로켓 천무 개발 당시 경영진의 반대에도 "실패해도 좋다. 자주국방을 위한 기술은 남을 것"이라며 독자 개발을 밀어붙였다. 2024년 11월부터는 한화에어로 회장직도 겸임하며 대미 협력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2014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 인수 때부터 방산 자립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21~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방산 수요가 급증하자 테스크포스(TF)를 꾸려 핀란드·폴란드·루마니아 등 유럽 전역에 임직원을 파견, 2년 만에 폴란드 K9·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의 미국 자주포 수출과 해군 함정 사업 수주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