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배터리 셀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양산 준비를 서두르자, 소재사들도 LFP 양극재 공급에 뛰어든 것이다. LFP 양극재 시장은 중국 기업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기에 향후 국내 배터리 소재사가 내놓을 성과에 이목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LFP용 양극재 관련 공급 계약을 처음 따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일 국내 배터리 업체와 LFP용 양극재 장기 공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총 19만톤 이상의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공급한다. 정식 계약은 3분기에 체결할 예정이다 .
포스코퓨처엠은 LFP 양극재 공급을 위해 포항 양극재 공장의 하이니켈 생산설비 일부를 LFP 양극재 생산설비로 전환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공장에서 올해 말부터 LFP 양극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전구체 기업 CNGR, CNGR의 한국 자회사인 피노와 합작해 설립한 씨앤피(C&P)신소재테크놀로지는 포항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 2027년부터 LFP 양극재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또 다른 배터리 소재사인 엘앤에프도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3월 삼성SDI와 LFP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엘엔에프는 2027년부터 3년간 삼성SDI에 LFP 양극재를 공급한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미국 배터리 기업 코어셀 테크놀로지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공급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엘앤에프는 지난 5월 양극재 생산과 판매를 전담할 100%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 공장 준공을 완료했다. 엘앤에프는 대구 엘앤에프플러스 공장에서 올해 3분기 말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 상반기까지 연간 6만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미 시장을 겨냥한 ESS용 LFP 양극재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 LFP 시장 장악한 中 배제하려는 美 정책, 국내 배터리 소재사엔 호재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이 LFP 양극재 양산에 적극적인 것은 배터리 시장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했다. 반면 LFP 시장은 중국이 주도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ESS 수요가 늘고, 보급형 전기차가 확대되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늘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도 양극재 출하량 495만톤 가운데 LFP는 347만톤으로 72%를 차지한다. 2023년 한 해 출하된 양극재 중 LFP 비중은 53%였으나, 2년 만에 19%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수치를 봐도 LFP 양극재가 삼원계 양극재를 압도한다. 지난 1~6월 출하한 양극재 중 LFP 비중은 63.6%다. 지난해 동기보다 3.8%포인트(P) 증가했다. 또한 상반기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1% 증가한 데 비해 LFP 양극재는 같은 기간 29.4% 늘었다.
다만 지금까지 LFP 양극재는 중국 기업의 독무대였기에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이 시장을 파고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LFP 양극재 출하량 상위 10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정책을 펴는 것은 국내 배터리 소재사에 호재다. 미국에서 배터리 업체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으려면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EE)와 관련이 있는 양극재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에 맞춰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대신 국내 배터리 소재사에 눈길을 줄 수 있다.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외 지역에서 LFP 양극재 수요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대비 32.2% 증가했다"며 "향수 핵심 변수는 지역별 공급망 규정에 맞춘 생산 거점과 제품군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