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 3사가 완성차 업체와 북미 지역에 세운 배터리 합작공장을 연이어 단독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함께 짓고 있었으나, 잇달아 합작 철회에 나선 것이다.
전기차 합작을 마무리 짓는 이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인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목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는 둔화했다. 다만, 단독 공장으로 전환할 경우 배터리 셀사는 수요가 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추가 비용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GM과 세운 합작 법인 시너지셀즈 통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구축하고 있던 합작공장을 단독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GM이 보유한 시너지셀즈 지분 전량 49.99%를 인수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북미 지역에 준비 중이던 합작 공장 지분을 정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월 GM과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 1·2·3공장 중 3공장 관련 자산 일체를 약 3조원에 인수했다.
얼티엄셀즈 3공장은 GM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GM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단독 공장으로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운영도 종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했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양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배터리 생산 법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 약 50억 캐나다달러 이상이 투자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 49%를 100달러라는 상징적인 금액만 주고 인수했다.
SK온도 지난 5월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SK온은 포드와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공장을 짓고 있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블루오벌SK 합작법인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한다. SK온은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이름을 'SK온 테네시'로 전환했다.
결국 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에서 운영하는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공장은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합작 공장은 GM과의 합작 공장인 얼티엄셀즈 1공장(오하이오주 워렌), 얼티엄셀즈 2공장(테네시주 스프링힐) 외에 혼다와 세운 오하이오주 제퍼슨빌 공장, 현대차와 만든 조지아주 엘라벨 공장 등 4곳으로 감소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합작 1·2공장을 운영 중이다. SK온이 북미 지역에 운영 중인 합작 공장은 현대차와의 조지아주 공장만 남았다.
완성차 업체와의 배터리 합작 공장이 정리되는 가장 큰 요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68만1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줄었다. 반면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기준 116만2970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5.3% 늘었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커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9월 전기차에 제공하던 세액공제를 철회하면서 전기차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면서 GM과 포드는 전기차 확대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상품군이 적었던 GM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포드는 2030년까지 모든 휘발유 모델 상품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배터리 업체는 합작 종료로 ESS 수요를 감당할 공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3사는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종료한 공장을 ESS용으로 서둘러 전환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을 종료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네시주 랜싱에 있는 얼티엄셀즈 3공장에서도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이번에 합작을 종료, 단독 공장으로 전환한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SK온도 단독 공장으로 전환한 테네시주 공장에서 2028년부터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침체로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면서 공장을 놀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며 "배터리 업체로선 가동률이 떨어진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수요가 늘어난 ESS용 공장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