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회동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팩토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황 CEO와 만날 예정이다. 엔비디아 측의 초청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회동 시점은 현지 시각 14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두 사람이 첫 공식 회동을 가진 지 약 두 달 만이다. 당시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담을 마친 후 구 회장은 "시간이 부족해 세부적인 논의를 모두 진행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며 다음 만남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황 CEO가 구 회장에게 미국 방문을 제안했고, 구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서울 회동에서 양사 최고 경영진은 AI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개발, AI 데이터센터용 냉난방공조 시스템 공급 문제, 엔비디아의 AI 팩토리와 LG의 제조 데이터 간 시너지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만남에선 양사의 피지컬 AI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LG그룹의 가전·전장 제품 제조 시설을 엔비디아가 자사 피지컬 AI 플랫폼의 실증, 사업화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전자는 엔비디아와 제조 현장용 로봇의 개념 검증(PoC)부터 실제 적용까지 시험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LG와 엔비디아는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생태계를 기반으로 레퍼런스 로봇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아이작 그루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이다.
배석형 LG전자 로보틱스영업담당은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LG의 로봇 하드웨어 기술과 제조 역량,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결합해 제조 현장용 로봇을 PoC부터 실제 적용까지 추진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현장 투입을 목표로 시뮬레이션 플랫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설계 관련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황 CEO는 지난 회동 직후 "전력 공급과 설계·구축에 있어 LG는 환상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던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도 황 CEO는 "LG와 전력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 언급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엔비디아의 AI 인프라에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LG전자는 600킬로와트(㎾)급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개발해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자율 주행 플랫폼에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LG이노텍의 카메라·센싱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이번 회동에서 양사가 광대한 범위의 협력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엔비디아와 AI 플랫폼 생태계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이 AI 모델 설계, 하드웨어 제조, 학습·제어 플랫폼 등 피지컬 AI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과 로봇 완제품을, LG AI연구원은 로봇 기반 모델을, LG이노텍은 정밀 비전 센싱을, LG CNS는 로봇 학습·통합 운영 플랫폼을 각각 맡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도 로봇에 들어간다.
이상헌 IM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은 두뇌(AI)부터 눈(센서)·손발(액추에이터)·전원(배터리)·학습 플랫폼까지 자회사들을 통해 그룹 안에서 전부 조달 가능한 수직 계열화 밸류체인 구조를 갖췄다. 향후 피지컬 AI 기반 로봇이 상용화하면, LG그룹의 성장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