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테라파워, 현대건설과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을 확대한다. 나트륨 원자로용 주기기 공급망을 구체화하고,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설비 투자도 추진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만나 차세대 원자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3사 최고경영진이 만난 것은 지난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들은 그동안 진행된 협력 내용을 점검하고 육상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제조·공급망과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사는 지난 5월 업무협약을 통해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차세대 SMR인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역할을 나눴다. 테라파워가 나트륨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이 EPC를 맡는 구조다.
HD현대는 이 협약 이후 테라파워와 주기기 제조를 위한 공급망 협력 범위를 구체화해왔다.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상용화에 앞서 생산 설비 투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HD현대가 미국 SMR 시장을 겨냥해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서는 건 노후 원전 교체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약 95GW 규모의 세계 최대 원전 시장으로 전 세계 원전 설비의 약 25%를 차지한다. 상당수 원전이 197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해 노후화되면서 향후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증가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력 발전 수요도 커지고 있다.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2022년 HD현대의 테라파워 투자를 계기로 시작됐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약 1년간 나트륨 원자로의 제조 타당성과 가격 경쟁력, 인도 일정 등을 검토했다.
이 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HD현대는 올해 5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의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