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다롄 창싱다오에 있는 헝리중공업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선박 253척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부터 유조선·벌크선·가스선(LPG·LNG선)까지 선종도 다양하다.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 조선·엔진·해양플랜트·기자재 분야 현장 인력 10만명을 추가로 모집하고, 신입사원도 5000명 이상 뽑을 계획이다.
섬유·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해온 헝리그룹은 2022년 약 10년간 가동이 중단됐던 STX다롄 조선소 자산을 인수하며 조선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이듬해 조선소를 본격 가동한 뒤 4년이 채 안 돼 누적 수주는 550척에 육박했고, 선박 인도 일정은 2030년까지 찼다.
지난 6월 기준 착공해 건조가 진행 중인 선박만 152척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약 135억위안(약 2조8300억원)을 들여 선박 블록 제작과 의장 시설을 확충하고, 20만DWT 이상 대형 선박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공간도 늘리고 있다.
◇밀려드는 일감에 조선소 확장
이런 모습은 중국 조선소 곳곳에서 목격된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형 민영 조선사 양쯔장조선은 건조 일정이 2029년 이후까지 차자 장쑤성에 30만DWT급 독(dock·선박 건조장)를 갖춘 새 조선소 '양쯔훙위안'을 짓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이 조선소는 문을 열기도 전에 2028~2029년 인도할 컨테이너선 10척을 확보했다. 또 다른 민영 조선사 뉴타임즈조선도 수주 잔고가 162척, 2512만DWT에 달해 2030년까지 건조 일정이 차자 신규 독과 스마트 생산라인을 확충하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쌓인 주문은 실적 점프로 이어지고 있다. 양쯔장조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5억위안(약 3조6800억원), 순이익은 54억위안(약 1조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 28%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 부문 매출총이익률도 37.1%로 사상 최고였다. 양쯔장조선은 "과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늘어났고, 초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에탄운반선 등 수익성이 높은 선종의 비중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헝리중공업의 모회사 쑹파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56% 늘어난 약 36억위안(약 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 착공과 인도량이 늘어난 데다 고부가 유조선·컨테이너선 비중이 커졌고, 자체 선박 엔진 생산과 대량 건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커졌다고 쑹파 측은 설명했다. 저가 선박을 대량으로 건조해 오던 중국 조선사들이 이제는 고선가·고부가 선박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 선박까지 해외 선주 주문 흡수
'자국 물량 몰아주기'로 덩치를 키워온 중국 조선업은 이제 세계 선주사들의 주문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사의 신규 수주는 1억2106만DWT로 전 세계 발주 물량의 82.3%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 가운데 수출선 비중도 96%를 넘어섰다. 자국 선사의 발주와 정책금융을 바탕으로 대량 건조 경험을 쌓은 뒤 컨테이너선·벌크선에서 유조선과 친환경 선박으로 수주 영역을 넓힌 결과다.
한국이 오랫동안 주도해 온 LNG 운반선도 예외가 아니다. LNG선은 영하 163도 안팎의 액화천연가스를 운반해야 해 높은 설계·건조 기술이 필요한 대표적인 고부가 선박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을 제치고 시장을 이끌어왔고, 현재도 전 세계 LNG선 수주잔고의 약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새로 발주된 LNG선 최소 59척 가운데 40% 이상을 중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이 물량은 후둥중화조선과 장난조선이 나눠 가졌다. 후둥중화는 2008년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대형 LNG선을 인도할 당시 36개월이 걸렸던 건조 기간을 최근 16개월까지 줄였다. 올해는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세계 최대 27만1000㎥급 LNG선 건조에도 들어갔다. LNG선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끌어올린 중국 조선소가 이제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해외 선주의 대형 프로젝트까지 따내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올해 상반기 친환경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세계 물량의 70% 가까이 가져갔다"며 "기술 격차를 좁히며 해외 선주의 고부가 선박 주문을 흡수하는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른 데다 고선가 선박에서 거둔 이익을 다시 인력과 생산설비 확충에 투입하면서 수주 경쟁력을 더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