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AX) 등 SK그룹의 여러 혁신 사업을 주도해 온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책임지는 태스크포스(TF)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재원을 활용한 SK그룹의 글로벌 AI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 SK 제공

13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윤 사장을 SK하이닉스 '글로벌 성장 TF장'으로 앉혔다. 그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자리를 유지하면서 SK하이닉스의 TF장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성장 TF는 SK하이닉스의 TL(Technical Leader)급 인력 10여명으로 구성돼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SK그룹의 대표적인 '혁신가'로 꼽히는 윤 사장은 1974년생으로 연세대 기계공학과,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SK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SKC&C(현 SK AX) 성장사업기획팀장, 전략기획팀장과 SK㈜ C&C 기획본부장 겸 사업개발담당 상무, SK텔레콤 PM 그룹장과 Corporate 센터장,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 SK AX 사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사장으로 임명됐다.

재계에서는 윤 사장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성장을 책임지는 자리에 임명된 것은 AI 사업을 확장하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를 빠르게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해석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단순히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고용량 서버용 D램 등 칩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 AI 전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 총수로 꼽힌다. 그는 지난 6월 열린 그룹의 수뇌부 회의인 '뉴 이천포럼'에서 직접 강연자로 나서 AI 전환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SK AX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으로 일하며 그룹 전체의 AI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가장 먼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29일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해 "2035년까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계기로 미국에도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벤처기업 설립, 연구개발(R&D)센터 등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에너지 조달은 SK이노베이션, 시공은 SK에코플랜트가 담당하는 등 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그룹의 AX 작업을 주도하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으로서 계열사 사업을 조율해 온 윤 사장이 이 같은 역할을 지휘할 적임으로 낙점됐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지난달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후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과 SK하이닉스 임원들이 나스닥 상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사진 로이터연합

글로벌 성장 TF라는 조직에 걸맞게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외에도 대규모 자본을 갖춘 여러 국가가 AI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동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AI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도 동맹을 맺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생성형 AI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오라클 등은 공동 출자를 통해 '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결성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매년 수백조원을 벌어들이는 SK하이닉스의 재원을 무기로 글로벌 AI 그룹으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성장 TF는 최 회장의 목표를 실질적으로 체계화하고 단계별 사업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