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제도' 시행을 앞두고, 태양광, 풍력업계 간 희비가 엇갈린다. 재생에너지 이격거리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지을 때 집, 도로 등과 일정 거리를 떨어져 짓도록 하는 제도다.
풍력 업계는 사실상 규제 강화라며 풍력 발전 보급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 업계는 당초 검토안보다 규제가 완화돼 사업 입지가 늘어났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1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이격거리 규제 상한선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의 후속 조치로, 오는 9월 18일부터 개정안이 적용된다.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 주거지에서 최대 200m 이내 범위에서 이격거리를 정할 수 있으며, 도로와의 거리 제한은 두지 않는다.
풍력 발전 설비는 주거지에서 최대 1500m, 도로에서 최대 500m까지 이격 거리를 정할 수 있다. 주거지는 최소 5가구 이상을 포함한다.
이번 기준은 전국에 동일한 이격거리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설정할 수 있는 규제의 상한을 정한 것이다. 즉 지자체에서 시행령보다 멀리 이격거리를 규정했다면,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 이내로 이격거리를 좁혀야 하는 셈이다.
지금껏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는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정하다 보니 기준이 중구난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29곳이 관련 조례를 두고 있다. 태양광은 100~1000m, 풍력은 100~2000m 등 지역별 편차가 크다.
풍력 업계는 사실상 이중 규제라며 반발한다. 현재 풍력 발전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생활소음 기준에 맞춰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 협의를 거쳐 적정 이격거리를 산정하고 있는데, 거리 규제가 하나 더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기존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 지방정부 조례에 따라 이격거리가 1500m 이하였던 기존 사업지 주민들도 상한선에 맞춰 재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실제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약 9%(22곳)만 2000m 이격거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91%는 기준이 없거나 1500m 미만으로 운영 중이다.
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선 소음 영향을 고려해 보통 500m 안팎에서 주민 협의를 진행한다. 기계적으로 1500m 기준을 갖는다는 건 기존 규제와 중복된다. 앞으로 육상풍력단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 검토안은 풍력 발전 설비는 도로에서 최대 1000m였으나, 풍력 업계 의견을 반영해 500m로 줄였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반면 당사자 풍력업계는 지난 3일까지 시행령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업계는 이번 시행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태양광 발전 설비 이격거리 규제 상한을 주거지에서 200m 이내, 도로에서 100m 이내로 검토했다.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 도로와 띄어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해 '도로 이격거리' 항목이 전면 삭제됐다.
그동안 도로변은 계통 연계가 용이하고 부지 활용도가 높아 최적의 입지로 꼽혀왔다. 앞으로 태양광은 도로 위치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사업 부지도 늘어날 수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최대한 늘려야 하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태양광은 사고가 적지만, 풍력 발전은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안전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