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남미 해양방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에 창사 이래 첫 잠수함 수출이 확실시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를 교두보로 삼아 아르헨티나 등 주변 국가들로 함정 수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칠레 잠수함·호위함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남미 국가들은 해군 현대화 목표에 따라 해양방산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의 현지화가 국내 조선사의 남미 시장 개척을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의 1800톤급 중형 잠수함 HDS-1800. /HD현대중공업

12일 조선업계와 남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아르헨티나 해군에 자체 설계한 1500톤급 잠수함 HDS-1500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페루와 HDS-1500 기반의 페루 맞춤형 잠수함을 공동 개발하는 데 이어, 아르헨티나에도 HDS-1500 수출을 타진 중인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2017년 독일제 잠수함 침몰 사고 후 잠수함 전력이 공백 상태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잠수함 전력 복원을 위해 신규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선 최대 5~6척의 공격형 잠수함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잠수함 도입 계획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HD현대중공업 외에 유럽 기업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나발그룹은 스코르펜급, 독일 TKMS는 타입 214·타입 209 NG급, 스웨덴 사브는 C71급, 스페인 나반티아는 S-80급 잠수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이 수출을 추진 중인 HDS-1500은 수출형 중형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이다. 높은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약 25명의 최소 승조원 운용이 가능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아르헨티나 측에 페루에 구축 중인 MRO(유지·보수·정비)와 부품 공급망 인프라를 활용해 정기 창정비, 체계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하겠다는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은 30년 이상 운용하기 때문에 건조 이후 성능 유지와 수명 연장을 위한 MRO가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를 거점으로 삼아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를 중심으로 역내 함정 건조와 MRO 허브를 구축하고 현지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페루와는 수상함에서 시작해 잠수함으로 함정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4월 시마조선소와 수상함(호위함·원해경비함·상륙함) 4척을 현지에서 공동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4억6290만달러로, 한국 기업의 중남미 방산 수출 가운데 최대 규모다. 페루 해군은 수상함 11척 추가 발주 계획도 갖고 있어 HD현대중공업의 추가 수주 기대감이 크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엔 페루 해군·시마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2척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페루 해군은 노후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는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페루는 남미에서 잠수함 운용 역사가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페루가 1970년대부터 운용한 독일제 잠수함을 대체하는 것이 이번 공동 개발 사업의 목표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 설계한 HDS-1500 잠수함 모델을 기반으로 페루 해군의 작전 요구조건을 반영한 1500톤급 중형 잠수함(HDS-MGP)을 설계했다. 현재 기본설계를 마친 상태로, 상세설계를 거쳐 연내 선도함(1호함) 건조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심 3000미터 이상 심해 해역의 작전환경과 페루 해군의 운용 경험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로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수출형 호위함.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칠레 해군에 잠수함과 호위함 수출을 추진 중이다. 칠레는 총 4척의 잠수함 중 퇴역을 앞둔 독일제 노후 잠수함 2척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2000톤급 오션 2000 잠수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3000톤급 잠수함(KSS-III)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간급 모델이다.

한화오션은 4000톤급 호위함 오션 4500을 내세워 칠레의 다목적 호위함 건조 사업도 공략한다. 칠레는 영국·네덜란드·호주 등에서 중고로 도입해 운용 중인 기존 호위함 8척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칠레 정부의 해군 전력 현대화 전략에 맞춰 함정 공동 설계와 현지 건조, 기술 이전, 조선소 현대화, 현지 인력 양성, 부품 공급망 구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칠레 국빈 방문에 동행해 현지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