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동해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출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모든 원전은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데, 해수 온도가 설비 한계에 다다르면 안전 규정에 따라 출력을 정지해야 한다.

특히 과거 동해 바닷물이 차가웠을 때 지어진 원전들은 설비 한계치가 낮게 설정돼, 해수 온도 상승에 더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지을 땐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라 해수 온도 상승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손민균

10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원전이 몰린 동해안 해수 표층 온도가 30도(℃) 내외를 기록 중이다. 표층 온도란 바다의 가장 윗부분에서 5m 내외로 측정되는 수온을 뜻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경북 울진 지역에 있는 온양 관측소는 30.1℃, 덕천 30.2℃, 나곡은 29.6℃로 집계됐다.

울진 지역에는 한울 1~6기, 신한울 1·2기 등 총 8기 원전이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주변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원전 설비 한계치인 설계 해수 온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냉각수 온도가 설계 해수 온도까지 오르면 가동을 멈춰야 한다. 한울 1~6기의 설계 해수 온도는 31.5~32.5℃, 신한울 1·2호기는 31℃로 설정됐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모든 원전은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한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로 터빈을 돌린 뒤, 사용한 증기를 다시 물로 식히는 핵심 장치에 바닷물이 투입된다. 바닷가에 원전이 몰린 이유도 냉각수 공급이 용이해서다.

냉각수로 쓰이는 해수 온도가 오르면 열교환 효율이 떨어지고, 주요 안전 설비의 열을 식히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수원은 원전별로 설계 해수 온도를 설정하고, 투입되는 해수 온도가 이를 넘을 경우 원전을 멈추도록 한다.

경북 울진에 이어 경주에 있는 신월성 1·2호기도 설계 해수 온도가 31.5℃로 낮은 편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근처 구룡포 하정 관측소의 해수 표층 온도는 28.9℃로 나타났다.

해수 표층 온도가 오르는 건 전체 해수 온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냉각수로 쓰이는 설계 해수 온도는 한수원이 취수하는 관의 온도계를 기준으로 해 표층 온도와 다를 수 있다. 더 멀고 깊은 바다에서 물은 온도가 낮다.

해수 온도가 제한치에 근접하자, 우선 한수원은 냉각 설비 성능을 개선해 설계 해수 온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원전 정지 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신월성 1·2호기는 열교환기 내 전열판 수를 늘려 냉각 성능을 높였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수 온도 제한치 재평가'를 통해 설계 해수 온도 제한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빛 1~6호기 등도 2029년까지 열교환기 설비를 개선해 설계 해수 온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수원의 단계별 절차에 따르면 설계 해수 온도와 -3℃ 이내 차이에선 감시 강화, 제한치 이상에선 출력 감소 및 정지로 들어간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수 온도가 올라갈 것을 대비해 지난 2022년부터 여러 연구, 평가를 진행하고 설비 개선, 인허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열교환기 증설, 감발운전 이외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해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원전에 열교환기를 더 다는 것과 같이 임시방편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실정이며, 원전을 지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수 온도가 더 오를 경우 규제에 따라 동해안 벨트에 몰린 원전들이 줄줄이 감발(減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년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냉각수 온도가 높아질 경우,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기기 이상이 문제가 된다"며 "일 년 내내 발생하는 일이 아니어서 출력 제어 등 기술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원안위는 원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는 해수 온도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계측기와 열교환기 성능을 확인하고, 한수원의 현장 대응 현황 및 절차를 점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