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공기업 5사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외부 인증서 구매에 쓴 금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RPS는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5사를 비롯해 발전소 운영 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발전 공기업들은 자체 생산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충족하지 못해 외부 발전사에서 관련 인증서를 구매해 할당량을 채우는 실정이다.
1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종배 의원실(국민의힘)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발전 공기업 5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발전 공기업 5사는 지난해 RPS의 최대 90%를 외부 발전사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를 통해 확보했다.
REC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고 발급받는 인증서로, 사고팔 수 있다. 현재 5사의 사업은 석탄화력발전소 위주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는 RPS를 채우기 어려워 외부에서 REC를 사들이는 것이다.
지난해 동서발전의 RPS 할당량 중 REC 구매 비율은 90.34%에 달했다.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로는 RPS 할당량의 9.66%만 감당했다는 뜻이다. 중부발전도 86.6%를 REC 구매로 채웠다. 남동발전(68.3%), 서부발전(66.4%), 남부발전(64.7%)의 REC 구매 비율도 60%를 웃돌았다.
지난해 5사가 REC 구매에 쓴 금액은 2024년(1조8658억원) 대비 1905억원 증가한 2조563억원으로 집계됐다. REC 구매액 합계가 2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5사의 REC 구매 총량은 2024년 3710만개에서 지난해 3634만개로 줄어든 반면, REC 평균 구매 단가가 5만920원에서 5만6689원으로 상승하면서 REC 구매 총액이 늘었다.
REC 가격 상승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급등했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발전 공기업들이 주로 맺는 장기 계약에선 REC 가격이 고정된다. REC 고정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거래할 때 적용받는 도매 전력 가격)과 REC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SMP 가격이 떨어지면 REC는 상승한다.
SMP는 특정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채우기 위해 마지막으로 가동된 발전기의 발전 단가로 정해진다. 국내에선 주로 LNG 발전 단가가 SMP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SMP는 LNG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2023년 LNG 가격이 정상 가격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SMP 가격도 하락했고 반대로 REC 가격은 오른 것"이라고 했다.
RPS 공급 의무자가 지급하는 REC 구매 비용의 일부는 한전이 부담하기 때문에 REC 평균 단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액 증가는 한전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전은 REC 비용 정산금 일부를 전기요금에 책정되는 기후환경비용으로 충당한다.
지난해 한전은 RPS 공급 의무자 29곳의 REC 구매 비용 일부를 감당했다. 한전의 RPS 이행비용은 지난해 기준 4조4818억8300만원으로 2024년(3조2983억3500만원)보다 약 36% 증가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들이 RPS 부족분을 REC 구매로 메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올해 말을 기점으로 RPS 제도가 정부 주도의 경쟁입찰 제도로 바뀔 텐데 REC를 대신할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새로운 제도 정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