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철근 제조 과정./현대제철 제공

"2분기 이후 미국 시장 상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수출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현대제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 수입량이 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처럼 급격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현대제철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 수입량 증가에 대한 경계론이 제기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상반기에 한국산 철강재 중에서도 철근 수출 물량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며 침체에 빠진 국내 제강업계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철근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수출 확대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석달여 지난 이달 초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선 한국산 철강재 수입 증가에 따른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를 언급하며 수출 증가 지속 여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1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미 철근 수출은 20만7822톤(t)으로 1분기(27만5727t) 대비 24.6% 감소했다. 1분기 대미 수출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증가 폭이 228배에 달했으나, 2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이 약 16배로 1분기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월별 대미 철근 수출량도 1~2월 각 11만t 안팎에서 4월 9만4155t으로 줄었고 7월엔 3만9955t까지 감소했다.

미국은 침체에 빠진 국내 제강업계가 모처럼 찾아낸 대형 판로였다. 철근은 건설용 봉강으로, 아파트 등 건설 현장이 주요 수요처인 대표적인 내수 품목이다. 그러나 2024년부터 국내 건설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철근값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먼저 오를 때도 제품 가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기회를 잡았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현지 철강 수요와 가격이 뛴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수입 철강에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는 악재가 터졌으나 현지 철강 가격 상승 폭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정도였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50% 관세를 감안해도 수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순풍을 타고 올 상반기 한국이 해외로 내보낸 철근 54만611t 가운데 약 89%가 미국으로 향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낙관론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미국 현지에서 한국산 수출 급증에 경계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매달 미국이 가장 많은 철강을 수입한 국가가 한국이었다. 올해 1~4월 미국의 한국산 철강 월평균 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특히 철근은 2298% 급증해 한국산 품목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미국 철강 전문매체 스틸마켓업데이트(SMU)도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은 철근에서 나타났다"고 짚었다.

미국 현지에서 최근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를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국내 제강사들은 통상 위험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를 최대한 헤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더 다양한 품목의 수출 기회를 계속 엿보면서도 현지 생산으로 미국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 4일 연산 270만t 규모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근 수출에만 의존하기보다 강관과 H형강 등으로 판매 제품을 다양화하고 현지 생산 기반도 갖추는 방향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