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태양광 기업을 겨냥한 마지막 제재 방안에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일수록 국내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다.
다만 자국의 태양광 제조 공급망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인 만큼 제재 품목, 국가 기준이 발표돼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폴리실리콘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건설 비용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6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폴리실리콘, 관련 파생 제품에 대해 가격 하한제를 도입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제재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제재 기준, 방안은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에 특정 품목을 수입하는 게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별도의 의회 동의 없이 수입량 제한,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한 법률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껏 중국 태양광 기업을 겨냥해 여러 제재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에 폴리실리콘을 미국에 팔아 다른 경쟁사들을 고사시켜 왔다. 미국이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도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할 정도였다.
이번 제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격 하한제가 도입되면, 폴리실리콘이 미국에 들어올 때 일정 금액 이하로 팔 수 없게 된다. 즉 수입 제품이 시장 가격을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정부가 하한선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추가 세금까지 매긴다면 중국 제품의 경쟁력은 더 약해진다.
비(非)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은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OCI홀딩스와 미국의 햄록, 독일의 바커 케미 등이 있다. 미국 태양광 개발사들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모듈을 써야 한다면, 세 회사 제품에 가격 프리미엄이 붙고, 구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 회사의 미국용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합산하면 연간 11만톤 정도다. 바커 케미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7만톤,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공장이 3만5000톤, 햄록 미시간 공장 5000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태양광 모듈 40기가와트(GW)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연간 미국의 한 해 태양광 신규 설치 수요는 43~44GW 정도다. 즉 비중국 3사가 만드는 폴리실리콘 양이 미국 내 태양광 신규 설치 수요를 거의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OCI홀딩스의 경우 미국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2028~2029년 물량까지 완판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공장을 증설 중인데, 완공 시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기존 연간 3만5000톤에서 7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 기지 '솔라허브'를 만든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도 수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솔라허브는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로, 연간 8.4GW 규모의 모듈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솔라허브는 OCI홀딩스에서 폴리실리콘을 받아 잉곳·웨이퍼→셀→모듈로 만들어 비중국 공급망 구축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생산량이 증가하면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첨단 제조 세액공제(AMPC)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3~2025년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AMPC를 수령했다. 지난 7월 솔라허브 완공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AMPC 수령을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나와야 분석이 가능하다. 무역확장법 232조 취지대로 '미국에 수입되는 해당 품목 전체'에 규제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라 태양광 프로젝트 비용이 비싸져 설치 지연, 수요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중국 태양광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고, 지금까지 방향성도 그랬다. 비중국으로 분류된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