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으로 실어주는 K10 탄약운반차(K10)의 성능 개량이 시작됐다. 2005년 첫 개발 완료 이후 21년 만이다. 차세대 자주포인 K9A2와 짝을 맞추기 위한 조치인데, 업계에서는 개량이 마무리되면 K9 수출의 '숨은 무기' 역할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5월부터 K10 성능 개량을 위한 상세설계에 들어갔다. 방위사업청과 육군,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함께 이달 말까지 상세설계를 마친 뒤 시제품 제작과 개발 시험 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K9A2 최초 전력화 부대에 납품돼 야전운용시험을 거칠 계획이다.
K10은 K9 자주포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로봇형 탄약운반 전용 장갑차다. 한화에어로의 전신 삼성테크윈이 1998년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완성했다. 포탄 100여발과 장약 500여개 등을 운송 및 보관하다가 차량 전방의 이송기를 K9 자주포 후미의 탄약 적재대에 연결해 보급하는 개념이다. 보급 속도는 분당 10발을 넘긴다.
K9 자주포를 K10과 함께 운용하지 않을 경우, 탄약을 다 소모하면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K9 자주포의 탄약 적재량은 40여발로 알려져 있다.
이번 K10 성능 개량의 핵심은 한 단계 높아진 자동화다. 포를 쏘는 쪽이 자동화된 만큼, 탄약을 대는 쪽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K9A2는 포탑을 완전 자동화해 분당 발사 속도를 끌어올리고, 승조원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자주포는 사거리에 맞춰 사람이 장약을 분류해 넣었지만, K9A2부터는 자주포 내 컴퓨터가 목표 사거리를 계산해 로봇팔로 필요한 장약을 판단하고 장전한다.
이를 위해 K10에 포탄공급장치와 장약분리장치를 별도로 두기로 했다. 자주포 포탑 내부 적재 장치에 포탄은 포탄대로 공급하면서, 장약은 1개씩 분리해 보급한다. 장약 수에 따라 사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K9A2 필요한 장약 수 만큼 장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에어컨과 열 영상 잠망경도 새로 적용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아직 개발 중인 만큼 구체적인 성능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이어서 국가 자금이 투입됐지만, 장약분리장치 등 핵심 기술은 한화에어로 주관으로 개발되고 있다. 1998년 K10을 처음 만들 때도 K9과 함께 운용하기 위해 삼성테크윈이 업체 주관으로 개발했다. 21년간 생산 및 정비 등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를 이번 개량에 그대로 녹이겠다는 게 한화에어로의 구상이다.
성능 개량이 마무리되면 K10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의 지상 방산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는 효과도 있다. 현재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이며, 이 가운데 K10까지 함께 도입한 곳은 이집트·호주·노르웨이·루마니아 등 5개국이다.
특히 K10은 이미 수주전에서 승부를 가른 전례가 있다. 지난 2024년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에서 K9은 독일 PzH2000과 맞붙었다. 나토(NATO) 회원국끼리 무기를 사고판다는 오랜 관행을 뚫어야 했던 한화에어로는 K10을 패키지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루마니아 정부를 설득했다. 결과는 K9 54문과 K10 36대를 포함한 약 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따낸 바 있다.
K10과 같은 탄약운반차는 미국도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사업화엔 이르지 못했다. 고가 재료와 부품을 쓰면서 비용이 과도해졌고 중량까지 늘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사실상 K10이 이 분야의 유일한 양산 체계인 만큼, 성능 개량으로 자동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K9A2와 묶은 패키지의 경쟁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물량이 납품된 국가에서도 신형 제품을 요청할 수 있고, 추가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성능 개량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