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의 새 양수 발전 사업지로 제주도가 거론되고 있다. 제주도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해 출력을 제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양수 발전소를 지어 일종의 배터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육지엔 양수 발전소가 7곳 있지만, 섬 지역이 사업지로 거론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수 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상부 저수지가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쓰이는 셈이다. 이에 양수 발전소를 WESS(Water ESS), 즉 '물 배터리'라 부르기도 한다.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인 제주도에 양수 발전소 2곳 이상을 짓기 위해 입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비 용량은 100메가와트(MW) 이하로 소규모 양수 발전소에 해당한다. 현재 사전 타당성 조사 막바지 단계로 3분기 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수원이 제주도에서 양수 발전 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밀집으로 계통 불안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전체 발전 설비 발전량은 660만7830MWh였는데, 이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4.3%에 달했다. 도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속 늘릴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단점은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전력 수요보다 전력 생산이 더 많아질 때도 문제가 된다. 이때 전기를 보내는 계통에 부담이 돼 강제로 발전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021년 61회, 2022년 132회, 2023년 181회로 매년 늘어났다.
그러다 2024년에는 83회로 줄었고, 2025년에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완도–동제주 간 제3 해저 연계선 초고압 직류 송전(HVDC)이 운영에 들어가면서 남는 전력을 즉시 외부로 보내는 게 가능해져서다.
HVDC를 설치해 일단 출력제어 문제는 해소했으나,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전력이 오가는 전남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데, 여기에 제주도에서 보내는 전력까지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점도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다. 즉 근본적으로 전력망을 안정시키려면 제주도 내 ESS를 구축해야 하는 셈이다.
ESS용 배터리는 설치가 쉽지만 화재 위험이 있다. 이에 양수발전이 장기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양수발전을 이용하면 전력이 과잉될 때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 올리고, 부족할 때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즉 계통 안정과 피크 수요 보완에 기여하는 게 가능하다.
한수원은 제주도 내 어떤 지역에서 입지 조사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실제 건설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제주도 지형 특성상 양수발전소 건설 시 보강 작업이 필요한 점은 난제다. 제주도 전역은 현무암, 화산재 등 구멍이 많은 화산암으로 이뤄졌다. 상·하부 저수지에 막대한 양의 물을 가둬야 하는 양수발전소 특성상 누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반 보강 및 누수 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제주도 내 특정 지역에 대해 양수 발전 사업이 가능한지 입지 조사는 거의 마친 상태"라며 "소규모 양수 발전은 전력망 안정화, 주파수 조정(전력계통에서 수요, 공급이 다를 때 발전력을 조정)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청평(400MW), 삼량진(600MW), 무주(600MW), 산청(700MW), 양앙(1000MW), 청송(600MW), 예천(800MW) 등 등 육지에 총 7개 양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9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라 영동(500MW), 홍천(600MW), 포천(700MW) 등에 새 양수 발전소를 짓고 있다. 합천(900MW), 영양(1000MW) 지역은 예비 타당성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