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미국 한화필리조선소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면서 언제쯤 흑자를 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이 예상하는 필리조선소 흑자 전환 시점은 올해에서 내년으로 밀린 상태다. 한화그룹 인수 이전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저수익 선박들의 건조 비용 증가와 공정 지연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미국 내 거점으로 삼아 상선과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상선 분야에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미국 내 상선 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상선을 수주하더라도 필리조선소가 이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한화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필리조선소의 흑자 전환 시점을 내년으로 제시했다. 2024년 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직후인 지난해 초만 해도 2026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올해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3개 사업부(방산·ICT·기타) 중 필리조선소가 포함된 기타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297억원, 영업손실은 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필리조선소 손실이 192억원 수준이다.

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18~2024년 7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인수 후에도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계속됐다.

한화그룹 인수 전 필리조선소가 수주했던 선박들의 건조 공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적자 지속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필리조선소가 2020~2022년 미국 해사청(MARAD)에서 수주한 5척의 국가안보다중임무선(NSMV)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후 3~4호선을 인도한 후 아직 한 척이 남아 있다. 필리조선소가 과거 고정가격에 건조 계약을 맺었다가 작업 과정에서 비용이 불어나면서 큰 손실을 본 선종이다.

필리조선소가 2022년 11월 미국 해운사 맷슨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 3척도 남아 있다. 이 중 첫 번째 선박은 지난해 8월, 두 번째 선박은 올해 5월 선체 조립을 시작했다. 세 번째 선박은 올해 5월 강재 절단식 이후 강재 가공과 블록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맷슨 측은 내년에 두 척을 먼저 받고 2028년 2분기에 나머지 한 척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보다 인도 시점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은 실적 발표회에서 "앞선 적자 선종의 공정 지연으로 후속 컨테이너선 건조도 밀리고 있으며, 적자 선종이 아직 남아 있어 하반기에도 적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필리조선소 적자 선종의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한화시스템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두 개의 드라이독(건조 공간) 중 신조 건조에 사용되는 것은 한 개뿐이다. 건조 능력은 연간 1~1.5척 수준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해 독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고 블록 생산시설을 신설해 중장기적으로 연간 최대 20척의 건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조선소의 독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진입장벽이 높은 군함 건조 시장 진입을 점진적으로 준비하면서 상선 시장부터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상선 시장 구조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 인수 이후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일감 중 미국 정부나 한화그룹 내부 물량이 아닌 외부 민간 발주 물량은 아직 없다. 지난해 7~8월 수주한 석유제품 운반선 10척과 LNG 운반선 2척은 한화그룹이 2024년 미국에 설립한 해운 계열사 한화해운(한화쉬핑)이 발주한 물량이다.

필리조선소에 따르면 미국 조선사의 LNG 운반선 수주는 50년 만이다. 미국이 2029년부터 LNG 수출 물량의 일정 비율을 미국 건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요건을 추진하면서 한화 측이 LNG 운반선 확보에 나선 것이다. 최종 규정에서는 불충족 시 가해지는 제재 조항이 제외되면서 실효성이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 의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대형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필리조선소와 미국 서부 제너럴다이내믹스나스코를 포함해 2~3곳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연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상선은 10척 미만 수준이다.

미국 조선소들은 존스법(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배는 미국에서 지어야 한다고 규정한 법)의 적용을 받는 내항 화물선을 주로 만드는데, 규모가 작고 물량도 적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현재 미국 내 상선 건조 비용은 한국의 3~5배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비용 구조로 생산원가가 높아 보조금 없이는 대규모로 상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1980~1990년대 상선 건조 보조금을 폐지했다. 현재 미 정부와 의회가 투자세액공제와 재정 인센티브 제공 등의 형태로 보조금 부활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법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뿌려서 수익성 있는 가격으로 수주가 가능하다면 상선 사업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폐지했던 상선 보조금을 부활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양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필리조선소 자체가 작고 기자재와 인력 등 생산 인프라와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상선 사업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