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 조감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010140)이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사 무스테리안(M3)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프로젝트를 위한 엔지니어링 계약을 맺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조선사 가운데 FDC 개념설계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FDC는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바지선이나 선박에 실어 물 위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다. 넓은 육상 부지가 필요하지 않고 주변 물을 서버 냉각에 활용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선 독 활용해 별도 증설 없이 건조… FLNG 기술 적용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다음주 M3와 FDC 설비 관련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M3는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변 부지를 발굴하고 빅테크 등 입주 고객과 투자자를 유치해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회사다.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구축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FD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설계·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FDC의 설계부터 제작·인도까지 맡는다. 민 서 M3 최고경영자(CEO)는 조선비즈에 "상시 계류형 데이터센터 시설을 제작하고 인도할 조선소 파트너로 삼성중공업과 독점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이번 엔지니어링 계약에서 FDC의 설계와 사양을 구체화한 뒤 후속 건조 계약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첫 FDC는 먼바다가 아닌 전력 공급 여력이 있는 산업단지 인근 수상에 들어선다. 바지선 위에 데이터센터를 얹고 육상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2028년 상반기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건조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상선 독(dock·선박 건조장)이 활용된다. 삼성중공업 측은 "독 일정을 조절하면 현재 논의 중인 FDC를 최대 2기까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생산 시설과 별개의 공간에서 지어 기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물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별도 증설 없이 새 일감을 추가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먼바다에 배치하는 선박형 데이터센터로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FLNG를 건조하며 쌓은 기술도 FDC에 활용된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밀집한 AI 데이터센터는 서버가 내뿜는 열을 안정적으로 식히는 것이 관건이다. 냉각·열관리와 화재 방호는 삼성중공업이 해양 생산설비를 건조하며 다뤄온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제작, 설비 통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조선소의 표준 건조 방식을 적용하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빠르게 FDC를 만들 수 있다"며 "냉각·안전 설비가 집약된 고부가 구조물인 만큼 수익성이 기존 상선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 데이터센터 병목에 FDC 수요… 시리즈 발주 가능성

FDC가 주목받는 건 육상 데이터센터가 전력·용수 확보와 인허가에 막혀 가동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송전망과 부지, 냉각 용수, 환경 허가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하나라도 늦어지면 전체 일정이 밀린다.

실제로 미 뉴욕주는 이달 신규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환경 허가 발급을 최대 1년간 보류하고, 전력 수요와 용수 사용, 대기·수질 영향을 평가할 공통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FDC는 부유체와 주요 설비를 조선소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에 나선 빅테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M3는 삼성중공업을 핵심 파트너로 삼고 수백MW급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휴스턴에 추진하는 500MW급 부유식, 육상형 하이브리드 데이터센터 사업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권역에서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860MW급 FDC를 준비하고 있다.

M3가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규모는 육상형까지 합쳐 IT 핵심 설비용량 기준 1GW를 넘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인증받은 50MW급 FDC 개념설계를 기반으로 실제 설치 환경에 맞춰 용량과 구성을 조정할 방침이다.

FDC 시장 수요가 가시화하면서 경쟁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초 프랑스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FDC 기술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서두르는 기업들의 관심이 구축 기간이 짧은 연안형 모델에 쏠리고 있다"며 "첫 사업에서 납기와 가동 안정성이 확인되면 같은 설계를 반복 건조하는 시리즈 발주 시장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