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갈등 재점화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확실성에 휘청이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기초 원료인 나프타(제품) 현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스팟(현물) 에틸렌 스프레드가 마이너스(-) 마진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나빠져서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석유화학 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업계는 매일 바뀌는 현물 가격보단, 배송·생산 과정이 포함된 1개월 지연 스프레드가 더 중요한 만큼 아직은 수익을 내는 구간이라고 보고 있지만, 나프타 가격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점이 하반기 불확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석화업계의 실적에 대한 전망이 천차만별로 나오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2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에틸렌 스팟 스프레드는 톤(t)당 -17.74달러를 기록했다. 다음 날에도 스프레드는 t당 -5.75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 스팟 스프레드는 당일 기준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으로, 마이너스가 나온 건 이례적이다.

이는 당시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격화하자, 원료인 나프타 수급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 현물 가격이 튄 영향이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 석유화학 기업 입장에선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통상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t당 250~30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주간 단위 가격 추이도 불안정하다. 산업통상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 에틸렌 평균 가격은 톤당 940달러에 형성됐다. 반면 나프타 가격은 톤당 968달러로, 역시 에틸렌 스프레드가 -28달러로 역마진 상태였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고 있다. 단기 에틸렌 스프레드가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치진 않더라도 향후 중장기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1개월 래깅(Lagging) 스프레드를 더 중요하게 본다. 원재료인 나프타를 사서 운송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팔기까지 걸리는 물리적인 시차가 있어서다.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데 이 지표가 더 정확하다는 의미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1개월 래깅 에틸렌 스프레드는 331달러로 나타났다. 즉 오늘 판매하는 제품 가격에서 1개월 전 원재료 가격을 뺀 마진이 300달러가 넘는다는 의미다.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보통 가격 협상을 통해 중장기 계약을 맺고, 나프타를 가져오기에 현물 에틸렌 스프레드가 실적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매일 나프타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실적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제일 불안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도 석유화학 업계 실적 전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역래깅 효과가 나타나 실적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역래깅 효과란 높은 가격에 산 원재료를 공정에 투입했으나, 막상 제품을 팔 때 시장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는 현상을 뜻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356억원, 3분기 예상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점쳐진다. 롯데케미칼은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이 70% 정도여서 석유화학 시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곳이다.

증권사별 실적 전망은 천차만별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55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231% 웃돌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산업이 공급 과잉에서 단기 공급 부족, 장기 공급 과잉 완화로 전환돼 시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이익 669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52%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실적에는 높은 원료 가격이 반영돼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단기 공급 부족이 이어져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유지된다고 볼 경우 깜짝 실적을, 거꾸로 역래깅이 시작됐다고 볼 경우 실적 악화를 점친 것이다.

한편 중동 사태 이후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는 나프타, 석유화학 제품 수급 상황을 다시 챙기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나프타 및 석유화학 제품 수급 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산업통상부는 현재 중동 상황이 국내 나프타 수급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다음 달까지 필요한 나프타를 지난해 이상으로 확보했으며, 석유화학 제품 재고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