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 3사(삼성중공업·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가 2분기 실적을 속속 내놓는 가운데, 이제 시선은 미래 성장을 이끌 새 먹거리로 쏠린다. 3사는 상선·해양 중심의 전통적 사업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중장기적 사업 기회로 접근하면서 각 사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사업을 내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산업 호황을 맞아 각각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 건조, 데이터센터 엔진 공급을 차세대 사업으로 낙점했다. 한화오션은 해외 방산 수요 증가를 겨냥해 군함 수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floating data center) 조감도. /삼성중공업

29일 조선·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2분기 매출은 3조230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2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50억원으로 58.7% 늘었다.

성과급 관련 퇴직금 산정 방식 변경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전망치에 부합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선·증권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하반기에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 건조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8년 2분기에 부유식 데이터센터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실적 설명회에서 연내 최대 2척의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수주할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육상 데이터센터를 바다 위 해상 구조물 위에 띄우는 것이다. 육상에 넓은 부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고 해수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부유식 데이터센터의 장점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잉여 전력 활용이 가능한 산업단지 연안에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오픈AI와 AI 인프라 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한 후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데이터센터 설계와 건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선박 인증기관 로이드선급, 그리스 선주사 캐피털 등과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 미국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발사 M3, AI 서버 전문 기업 수퍼마이크로 등과도 사업 개발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한번 지으면 동일한 설계를 반복 적용해 다양한 지역에 공급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화오션이 2018년 태국 해군에 인도한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HTMS Bhumibol Adulyadej, FFG 471). /태국 해군, 미 해군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수익 상선의 매출 반영 비중이 커지며 지난 2분기에 예상치를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의 2분기 매출은 5조443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65.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61억원으로 98.0% 증가했다.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약 534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브라질 해양플랜트 매출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도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한화오션은 상선을 주력으로 하면서 특수선사업부의 군함(잠수함·수상함) 수출 재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2013년 태국 호위함 1척을 수주한 후 10년 넘게 군함 수출 실적이 끊겼다. 그러나 최근 폴란드·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나섰던 경험을 계기로 군함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은 태국 해군의 차기 호위함 도입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태국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2013년 호위함 수주 후 2018년 인도한 푸미폰 아둔야뎃함이 현재 태국 해군의 기함으로 운용되고 있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호위함 1척 우선 도입 사업비는 8000억원 규모로, 추후 동급 3척이 추가 발주될 경우 전체 사업비는 4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유럽·아프리카·중동·남미 등으로도 군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는 잠수함 4척 교체를 검토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호위함과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지역에서 잠수함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에콰도르 국영전력회사와 계약을 맺고 2011년 에콰도르 케베도(Quevedo)에 중속 엔진 기반 육상발전설비(Packaged Power Station)를 설치했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매출은 6조313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5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357억원으로 120.7% 늘었다.

지난 1분기에 90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997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증권가 컨센서스도 뛰어넘었다. 2023~2024년 수주한 고선가 LNG 운반선 등 대형 상선이 매출에 본격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선·증권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의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센터용 엔진 공급을 꼽는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냉각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선박 추진과 선내 발전 등에 쓰이는 선박용 중속 엔진(분당 약 300~1000회 회전하는 4행정 엔진)을 데이터센터 발전용으로 용도를 전환해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데이터센터 부지에 4행정 중속 가스 엔진 기반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전력망과 상관없이 현장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해 사용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 AEG에 2030년까지 4행정 중속 가스 엔진 모델 H54GV를 33대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재 엔진사업부 가동률이 100%를 넘은 상황이라 4행정 엔진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혁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AI 투자 활황세가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4행정 중속 엔진이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의 현실적 해법으로 급부상하면서 HD현대중공업이 육상 발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