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선임되면서 에너지 공기업 수장에 정치인이 임명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통상부 산하 에너지·자원 공기업 27곳 중 공석(1곳)을 제외한 10개 공기업 수장은 에너지 업계 출신 인사가 아닌 사람으로 채워진 상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조직을 이끄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이 풀어야 할 현안 중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 많은 만큼 정치권 인사 낙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홍 전 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홍 전 의원은 산업통상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등 후속 절차를 거치면 사장으로 임명된다. 임기는 3년이다.

한국가스공사 전경. / 한국가스공사 제공

가스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수장으로 업계 전문가가 아닌 인사가 임명되는 것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통상부 산하 에너지·자원 공기업 중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에너지공단 등 10곳의 수장은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다. 공석을 제외한 전체의 38.5%가 정치권 또는 변호사 출신이다. 산업통상부 등 관료 출신은 집계에서 제외한 수치다.

정치인 출신이 특히 많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춘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은 21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지난 2월 사표를 제출한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도 19·21대 국회의원이다. 임종석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며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한국일보 주필을 지낸 인물이다.

에너지 공기업 수장을 정치인이 반복적으로 맡다 보니 업계에서는 총선이나 대선 공로에 대한 보상, 재선에 실패한 정치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또 공기업 내부 임직원의 승진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면서 사기가 떨어지는 문제도 제기됐다.

여기에 정치인 출신 사장이 선거 출마나 정치 복귀를 앞두고 임기 중간에 사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적자와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치인 출신이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데 선거 상황과 여론, 정권의 물가 안정 기조에 순응하며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치인이 수장을 맡으면 장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발전소 건설이나 송전탑 입지 선정 등 주민 반발과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 정무적으로 타협안을 끌어내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 한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나 산업통상부, 국회 출신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소통이 잘 되는 장점이 있다"며 "수장의 대외 활동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어 실무진이 전문성을 뒷받침해 준다면 정치인 출신 수장도 업무 수행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분야 전문성이 있는 분들의 비중이 높았으면 더 좋겠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 정책 난제가 많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