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본업인 철강을 넘어 자원 개발을 또 다른 사업축으로 내세운 가운데,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과 리튬 사업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니켈 사업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신규 투자를 접으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반면, 리튬 사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를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 양극재·음극재, 희토류 등), 에너지자원(LNG, 신재생에너지)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그중에서도 리튬 사업을 키워 2033년 '글로벌 리튬 TOP 5′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포스코가 전남 광양에 2024년 건설한 연산 2만톤 규모의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정제공장은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 공장은 포스코그룹이 뉴칼레도니아 원료법인 NMC를 통해 확보한 니켈 광석을 SNNC(포스코홀딩스와 뉴칼레도니아 합작사)가 니켈매트로 제련한 뒤, 이를 원료로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정제공장이다.
(주)포스코가 지난 2021년 지분 30%를 인수한 호주 니켈 광산·제련업체인 레이븐소프도 2024년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레이븐소프 지분은 보유 중"이라면서 "니켈 시황 등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 재가동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장 착공 후 중단되거나 사업 검토 단계에서 보류된 니켈 관련 프로젝트도 있다. 지난해 5월 포스코홀딩스는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서 니켈 정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 포스코씨엔지알니켈솔루션을 청산했다.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은 전구체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NGR과 지분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CNGR의 니켈 제련법인으로부터 순도 70% 수준의 중간재인 니켈 매트를 들여와 순도 99.9%의 이차전지용 니켈로 정제할 계획이었다. 2024년 5월 착공식을 열었으나 사업이 지연된 끝에 결국 청산됐다.
업계에선 전기차 캐즘에 따른 이차전지 업황 침체와 니켈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성 악화를 니켈 사업 축소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니켈 가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톤당 4만~5만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1만6000~1만7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리튬 톱 5′ 목표… 호주·아르헨티나서 투자 확대
반면 포스코그룹은 리튬 사업을 확대하며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일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 양·음극재, 희토류 등), 에너지자원(LNG, 재생에너지)을 미래 성장 전략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분야가 리튬이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의 리튬 생산 체제를 완성해 글로벌 '리튬 톱 5'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2035년 리튬 사업 영업이익 목표치로 1조8000억원을 제시했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사업 강화를 위해 호주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하고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추가 광권도 인수했다. 지난 4월 호주 광산 기업 미네랄 리소스와 약 7억6500만달러 규모의 리튬 광산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추가 광권도 지난 4월 인수했다. 이를 통해 매장량 기준으로 총 1500만톤의 염수리튬을 확보했다.
포스코그룹이 리튬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존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성장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7조8760억원, 영업이익 70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24.3% 증가했다.
리튬 사업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상업 생산에 힘입어 1분기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광양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도 리튬 가격 회복과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적자 폭을 줄였다.
리튬 가격은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리튬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다. 삼원계 배터리는 물론 중저가 전기차나 ESS용 배터리로 널리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도 필요하다.
반면 니켈은 고성능·장거리 주행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전기차 캐즘으로 완성차 회사들의 원가 절감 필요성이 커지면서 니켈과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제조원가가 더 낮은 LFP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