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 - 서울대 국방공학센터 전문위원, 공군사관학교(40기), 현 파워닉스 부사장, 전 공군 미래기획센터 센터장, 전 공군 교육사령부 교육훈련부장 /사진 이용성 기자

"우리 공군이 F-35 스텔스 전투기를 40여 년 운용하고 있지만, 공군에서는 우리 전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당 약 1500억원을 주고 들여왔지만, 우리 공군에서 장비·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민구 서울대 국방공학센터 전문위원은 국산 전투기의 핵심 기술·부품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예비역 대령으로 전역한 김 전문위원은 우리 공군의 초대 미래기획센터 센터장을 지낸 국방, 항공·우주 기술 전문가다. 공군은 2022년 1월 항공·우주력 발전과 스마트 공군 혁신의 미래 청사진 마련을 위해 공군본부 정책실에 미래기획팀, 신기술융합팀, 무인체계정책팀의 세 개 부서로 이뤄진 미래기획센터를 창설했다. 김 전문위원은 현재 전력 품질 시스템 전문 기업 파워닉스 부사장으로 방산 기술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방공학센터에서 김 전문위원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초전도(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꿈의 기술) 물질 연구가 결실을 보게 된다면 레이저 무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작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적성 국가의 위성을 파괴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가져온 도전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실전 데이터' 확보도 중요해졌다"면서 실전 데이터로 학습한 AI와 가상으로 설정한 내용을 학습한 AI는 정확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의 MQ-9 리퍼 같은 항공기 형태의 대형·고성능 무인기를 해외에서는 '드론' 대신 '원격조종 항공기 시스템(RPAS·Remotely-Piloted Aircraft Systems)'으로 구분해 부른다. 드론의 용어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국토부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것 중 사람이 타지 않는 건 '무인기'로 통칭하기로 했다.고도에 따라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 무인기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워낙 드론이란 단어를 많이 쓰니까 하늘에 떠다니는 항공기 형태가 아닌 작은 물체에 대해서는 드론이라는 단어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형 드론은 주로 지상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중에 떠다니니까 공군의 영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론 등장으로 전통적인 육해공군 구분이 조금 모호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법적으로 공군은 지상에서 5000피트(1524m) 이상 높이로 날아다니는 것을 통제하도록 되어 있다. 그 밑에는 지상에서는 육군이, 바다에서는 해군이 통제한다. 육군 전방 부대에도 북한의 특수부대의 저속·저공 비행체 등을 탐지하는 레이더가 있지 않나. 그런데 소형 드론이 비대칭 전력으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군(軍)도 드론 침입 시 육해공군, 해병대 통합 방위 체계로 연결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군은 미래 전력으로 드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국방부가 얼마 전 모든 장병이 드론을 제2의 개인화기처럼 다루도록 하는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을 발표했는데, 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경우처럼 지상전에서 활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공군의 경우에는 대형 수송기나 정찰기에 실은 유도장치를 탑재한 드론으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을 무력화하는 대(對)드론 무기의 중요성도 커졌다. 레이저의 경우는 어떤가.

"레이저를 비롯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무기를 '지향성(指向性) 무기'라고 부르는데, 날씨에 크게 영향받고 에너지를 고출력으로 모아서 먼 거리까지 발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초전도 물질 연구가 결실을 보게 된다면, 레이저 무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작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적성 국가의 위성을 파괴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시험비행 중인 KF-21 전투기. /사진 공군

미국의 경우 공군이 1982년 창설한 공군우주사령부가 우주군의 모태가 됐다. 우리 공군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흔히 지상에서 80~100㎞ 높이를 '카르만라인'으로 부른다. 거길 벗어나면 '우주'라고 하고, 그 아래는 대기권이다. 아무래도 대기권에서 비행기라는 플랫폼을 운용하는 사람(공군)이 우주에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미국도 공군을 중심으로 육군과 해군을 포함해 우주군을 창설했으니까 자연스러운 모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총대를 메고, 그다음에 필요한 사람은 잘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공군의 초대 미래기획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느낀 점은.

"주안점을 둔 건 '기술 기획'이었다. 무기 구매 10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높은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전투기를 돈 주고 사기만 해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현행 작전을 하는 군 입장에서 당장 필요한 무기를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그런 부분은 우선순위가 다소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그래서 '시골 부모님이 당장 돈이 없고 먹을 게 부족해도 아껴서 자식 교육에 돈을 쓰지 않나. 미래기획센터의 역할도 비슷하다'고 설득하곤 했다(웃음)."

K-방산 수출 성과,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엔 어떤가.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방산 제조가 후퇴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시적으로 전쟁에 대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래식 자주포와 전차 등 재래식 무기 생산능력과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수요가 늘 때 혜택을 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투기를 수출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전쟁이 끝나도 지금의 모델이 유효할지 방산 업계 관계자도 걱정한다. 우리만의 핵심 기술이 있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은 기대를 걸어볼 만할까.

"KF-21이 국산 전투기라고 하지만 엔진 파트의 국산화율은 45%밖에 안 된다. 나중에 수출하려 해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고, 이후에 아무리 많이 팔아도 수익의 큰 몫은 미국 회사 가져가는 구조라는 얘기다. 또 우리 공군이 F-35 스텔스 전투기를 40여 년간 운용하고 있지만, 공군에서는 우리 전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당 약 1500억원을 주고 들여왔지만, 우리 공군에서 장비·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장이 나도 국내에서 정비를 못 한다. 운용·유지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핵심 기술·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다."

AI 기술 확산으로 군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휘관의 'AI 문해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면 그걸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텐데, 그러려면 지휘관이 보고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할 수 있는 실전 데이터 확보도 중요해졌다. 실전 데이터로 학습한 AI와 가상으로 설정한 내용을 학습한 AI는 정확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데이터를 구축해 생성 AI 모델을 운용하려면 군 역량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 기업과 협력이 필요한데, 군 데이터는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