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박엔진 양강인 한화엔진과 HD현대마린엔진이 올해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수준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정작 호황은 조선사보다 엔진업체에서 더 오래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사는 도크가 차면 건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엔진업체는 중국 등 해외 조선소로 공급처를 넓히고 생산량도 늘릴 수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엔진과 HD현대마린엔진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공시된 계약을 기준으로 한화엔진은 1조4348억원을 수주해 지난해 연간 공시액 1조7706억원의 81%를 반년 만에 채웠고,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해 연간 공시액 6159억원보다 많은 6199억원을 따냈다. 두 회사의 상반기 수주액은 각각 지난해 매출인 1조3711억원과 4024억원보다도 많다.
수주 증가의 가장 큰 동력은 중국 조선소가 늘린 선박 발주를 현지 엔진업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공백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탱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이들 선박에 필요한 고출력 엔진 생산능력은 조선소 증설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박 계약 뒤 설계와 추진 방식이 정해지면 주기엔진 발주가 뒤따르는데, 중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 일부가 국내 업체로 넘어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HD현대마린엔진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주의 약 70%인 4460억원가량을 중국 조선사에서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의 친환경 전환은 엔진 몸값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발주되는 대형 선박에는 기존 선박유와 LNG·LPG(액화석유가스)·메탄올 등을 함께 쓰는 이중연료 엔진의 채택이 늘고 있다. 일반 디젤엔진보다 가격이 높고 제작 난도도 큰 제품이다. 한화엔진은 LNG·디젤 이중연료 엔진을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메탄올 등 다른 연료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고, HD현대마린엔진은 LPG 이중연료 엔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2028년 하반기 납기 물량을 협의할 정도로 주문이 쌓이면서 수주 전략의 초점도 물량 확보에서 채산성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며 "가격과 생산 효율을 따져 수익성 높은 사양을 선별해 받을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의 납품이 늘면서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화엔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5%에서 올해 1분기 14.9%로, HD현대마린엔진은 18.9%에서 24.4%로 상승했다. 한화엔진이 2분기 납품한 것으로 추정되는 엔진 29대 중 20대는 판가가 높은 2024~2025년 수주분이다. HD현대마린엔진도 그룹 편입 이후 가격을 높여 수주한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새로 확보한 주문은 대부분 2028~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된다.
이들은 늘어나는 엔진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도 넓히고 있다. 한화엔진은 선박 추진용 2행정 엔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3분기부터는 4행정 중속엔진 생산도 시작할 예정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대규모 공장 증설 대신 병목 공정을 개선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3분기부터는 엔진 부문 가동률이 100%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엔진업체는 국내 조선사들이 도크 한계로 건조량을 더 늘리지 못하는 시점에도 중국 등 해외 조선소의 수요를 추가로 흡수할 수 있어 조선사보다 성장세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에 엔진 발주가 뒤따라오는 구조여서 최근 중국 조선소가 확보한 대형선 물량은 아직 엔진 주문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선사 수주가 둔화한 뒤에도 중국발 주문과 고가 이중연료 엔진의 매출 반영이 이어지면서 엔진업체의 호황은 더 길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