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해상풍력 터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전남 목포에 짓기로 했던 풍력터빈 공장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금껏 수주한 물량이 기대치를 밑돌 정도로 부족해 베스타스 내부의 공장 건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풍력 업계에 따르면 베스타스는 지난 2023년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태평양지역 본사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목포에 해상풍력 터빈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만제곱미터(㎡) 규모의 목포신항 항만배후단지 내 부지에 조성하는 공장에서 연간 150대의 풍력터빈을 생산하겠다는 게 베스타스의 계획이었다.
베스타스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신고식을 진행한 데 이어 김영록 당시 전남지사와도 터빈 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공장 건설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베스타스가 2024년 10월 목포신항 항만배후단지 입찰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공장 건설과 관련된 업무는 중단됐다. 핸릭 앤더슨 베스타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면담했지만, 목포 공장과 관련해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베스타스가 목포 공장 건설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로 한국에서 확보한 해상풍력 터빈 개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꼽는다.
베스타스는 한화오션·한국중부발전이 추진하는 신안우이해상풍력과 한국남동발전이 추진 중인 완도금일해상풍력에 15메가와트(MW)급 풍력터빈을 각각 26기, 40기 공급한다. 지난 16일 착공한 신안우이해상풍력에 대한 터빈 납품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완도금일해상풍력은 오는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베스타스는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초 베스타스의 15MW급 터빈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던 장보고해상풍력(코오롱글로벌·한국서부발전·전남개발공사 주도)이 탈락해서다.
베스타스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3년 이상 연간 1.5기가와트(GW)의 풍력터빈 물량을 확보해야 신규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금껏 한국에서 수주한 물량은 이 같은 기준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정부에서 해상풍력 입찰 용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입찰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일감과 수주 실적 등을 보고 목포 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