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공급을 넘어 배터리로 만드는 에너지원을 관리하는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이 확대되는 것에 발맞춘 전략이다.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ESS를 직접 구축하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 독립 기업이었던 에이블(AVEL)을 통해 확보한 ESS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ESS 운영 사업자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2026년 AI 활용 배전망 ESS 구축 사업'의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정부가 주도하는 1·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는 사업자가 아닌 컨소시엄 일부로 참여했다. 하지만 배전망 ESS 구축에는 사업자로만 참여했다.
이런 움직임은 에이블이 제주 지역 내 AI 기반 ESS 운영 경험을 확보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에이블은 지난 2022년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의 1호 사내 독립 기업이다. 에이블은 분산된 재생에너지와 ESS를 활용해 전력망 효율화를 돕는 EaaS(Energy as a Service) 전문 서비스를 수행했다.
에이블은 2024년부터 제주 서귀포시에서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를 설립해 운영했다.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를 ESS에 우선 저장하고,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지역 배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에이블은 2024년 11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운영책임자(CSO) 산하 서비스 ESS 사업 담당으로 개편, 흡수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ESS 운영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데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5.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ESS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ESS 신규 설치 규모만 2024년 49.5기가와트(GW)에서 오는 2030년 131.75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대거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미시간·오하이오주 등 4개 거점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여기다 올해 안에 미국 미시간 랜싱 공장에서도 ESS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연말까지 미국에서만 50GWh 이상의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배터리 생산용량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관련 운영 소프트웨어나 시스템까지 공급해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셀과 팩 제조는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하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민감하다. 하지만 ESS 구축·운영 등을 함께 공급해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면 장기적으로 배터리 공급 이외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련 서비스 구축에도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회사 버테크를 통해 ESS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해왔다. 또한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BMTS) 사업 브랜드 비닷어라운드(B.around)를 운영 중이다.
비닷어라운드는 클라우드와 AI를 결합해 배터리 안전진단, 수명 예측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배터리 상시진단 서비스인 비라이프케어(B-lifecare), 배터리 평가 서비스 비원스(B.once)와 같은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도 운영한다. BaaS는 배터리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Chasm)이라는 상황에서 AI 역량을 활용한 서비스∙소프트웨어 사업 확대와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전기차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