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다시 급등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어 카드인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시행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P란 한국전력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을 뜻한다. SMP는 시간대별로 가장 비싼 발전원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LNG 연료비가 가장 비싸다. LNG 연료비가 급등해 SMP가 높아지면 한전은 원가가 낮은 재생 에너지 전기도 같은 가격에 사줘야 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그래픽=정서희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동북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21일 기준 MMBtu(열량 단위)당 21달러대로 치솟았다. 이달 초 미국과 이란의 휴전 논의로 16달러 선까지 안정됐던 가격이 군사 충돌로 단숨에 30% 넘게 급등한 것이다. 중동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3월 19일 최고치(22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제 LNG 가격은 LNG 구매 후 해상 운송, 세관 통관, 공급 단가 산정 등 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전력 시장에 반영된다. LNG 연료비 상승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데 이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에 진입하면 4분기 SMP는 훨씬 가파르게 치솟을 전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한국전력 1분기 실적 발표 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실제 SMP가 상승하는 7월 이후 SMP 상한제 발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SMP가 오르면 전기 요금 인상 압박도 커진다. 문제는 현재 SMP도 빠르게 올라 한전의 적자 마지노선까지 차올랐다는 점이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육지에서 거래하는 전력의 SMP 가중평균은 1㎾h당 140.07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연평균 SMP 가격이 1㎾h당 146원을 넘어서면 한전에 적자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예상되자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4분기에는 SMP 상한제를 시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MP 상한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SMP가 오르지 못하게 상한선을 두어 한전의 구매 비용을 강제로 낮추는 조치다.

정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연료 가격이 올라 1kWh당 120원대 수준이던 SMP가 250원 이상으로 급등하자, 이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SMP를 잡아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막겠단 의도였다.

SMP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민간 발전 사업자에 한해선 다른 정산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SMP 정산 대신 발전사가 전력거래소에 신고한 '실제 연료 원가(열량 단가)'를 기준으로 적정 마진만 얹어 정산하는 방안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LNG 발전 단가보다 1kWh당 30~40원 저렴하다. 폭등한 SMP 기준으로 한전이 전기를 되사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라게 된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가스 발전사의 적정 이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윤은 얻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MP 상한제가 단기 처방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으로 전기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않으면, 전력 생태계 왜곡만 커질 수 있어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SMP가 1kWh당 146원을 넘어서는 시점이 오면 정부가 SMP 상한제를 다시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가격 인상을 제한하면, 수요가 줄지 않는 반면 공급이 줄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MP 상한제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양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관은 "단기간 SMP 가격 보다는 장기간 추이를 보고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