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가 불발된 후 조선·증권업계에선 두 회사가 제시했던 2030년 특수선(군함) 사업 매출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2030년 특수선 매출 목표치를 4조원, HD현대중공업은 7조원으로 정했는데, 이는 총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선정 가능성을 반영한 수치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조선3사중 삼성중공업은 군함 신조(새로 만듦)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2년간 호주 구축함, 폴란드 잠수함,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잇달아 실패했으나, 수주전 경험과 국제 해양방산 시장에서 높아진 인지도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중남미, 유럽 등 각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다. 한·미 마스가(MASGA)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국 군함을 건조하는 목표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한화오션

◇캐나다에 기대 컸는데… "2030년 방산 매출 목표 낮출 듯"

22일 조선·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2030년 특수선 매출 목표를 4조원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는 2025년(1조3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화오션은 2023년 8월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이 중 9000억원을 잠수함·수상함 건조 시설 확충 등 특수선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특수선 4공장을 지으며 2035년 특수선 분야에서 매출 5조원을 이루겠다는 추가 목표도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30년 특수선 매출 목표를 7조원, 2035년 목표를 10조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매출은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HD현대미포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양방산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과 현대미포의 생산 인프라를 결합해 해외 함정 수주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가 선정되면서 일각에선 두 회사 모두 2030년 매출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건조 사업은 2030년 함정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수익원이었기 때문에 수주 불발에 따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방산 매출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의 HDS-1800 잠수함. /HD현대중공업

◇세계 각지 군함 사업에 도전장… 정점은 미국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해양방산 수출 확대를 목표로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군함 도입 사업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연내 가장 빠른 수주 결과가 예상되는 곳은 동남아와 남미 지역이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선 태국과 필리핀이 군함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 해군의 차기 호위함 1척 도입 사업에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유력 후보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8년 태국에 호위함을 수출한 이력이 있다. 이번 사업비는 175억바트(약 8000억원) 규모로, 수주 시 후속 발주가 예상되는 3척을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선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 차세대 잠수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페루 해군·국영 시마조선소와 신형 잠수함 2척 확보를 위한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최근 기본설계를 끝냈다. 상세설계를 거쳐 연내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루 잠수함 수출 도전은 2024년 수상함 수출을 계기로 이어온 협력이 바탕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에 호위함과 원해경비함, 상륙함 총 4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따낸 후 지난해부터 시마조선소에서 공동 건조를 해왔다. 잠수함도 시마조선소에서 공동 건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페루 현지 공동 건조를 통해 중남미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함정 수출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 수출한 HDF-2600 설계 모델 기반 호위함. /HD현대중공업

중동 지역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호위함 4~6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따라 해군 현대화를 추진하며 2030년 이후 잠수함 전력 확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조선·해양플랜트 기업 IMI의 설립 파트너로서 협력해 온 것을 계기로 사우디 함정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그리스·포르투갈·크로아티아·에스토니아 등 유럽 군함 사업에서도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과 마주한 북아프리카의 전략적 요충지 모로코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는 한화오션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해군 전력 증강 계획에 맞춰 미군 함정 건조 사업 수주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달 G7(주요 7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함정 10척 건조 가능 여부를 물은 후 미 해군이 국내 조선 3사에 전투함과 급유함 관련 정보요청서(RFI)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이 미국이 미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다양한 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의 정치적 환경을 감안할 때 올해 안에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간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연내 한국 조선사로 유의미한 함정 물량 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국 협력은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