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항공업계 경영 환경이 악화했지만, 항공 화물 사업만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필수성이 강한 사업 특성에 반도체 수출 특수 등으로 항공사들이 유가를 운임에 반영해 화주에게 전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03490)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에서도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했으며, 아시아나항공에서 화물 사업부를 인수한 에어제타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에 여객 수요 감소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잇달아 화물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발틱 항공운임 지표(BAI)는 지난 13일 기준 2486으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월 말과 비교해 21.9% 올랐다. 전쟁 여파로 지난 4월 말 2772까지 치솟은 이후 안정화하고 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3.3% 높은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항공 화물 운임도 1㎞당 703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올랐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운임이 1㎞당 800원 수준까지 치솟은 2022년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여객 운임은 16.4% 오른 1㎞당 227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2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별도 기준 5조199억원, 영업이익은 261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 34% 감소를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항공 화물 사업이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인수한 저비용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제타도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진에어·제주항공 등 일반적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적자가 전망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에어제타 관계자는 "내세울 정도는 아니나 영업손실을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회사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화에 힘쓰는 단계"라고 했다.
전쟁 여파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난 항공 화물 수요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가 나른 항공화물은 모두 154만8935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주요 항공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량은 같은 기간 10.4% 증가한 2만78t을 기록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높은 유가를 운임에 반영하기 쉬운 상황인 셈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전 1배럴당 70달러 수준을 보이던 국제 유가는 개전 이후 100달러를 넘기다가 안정세로 접어들었으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17일 기준 82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LCC들도 항공 화물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이달부터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화물 운송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로케이는 해당 노선을 시작으로 메인 허브인 청주 공항에서의 화물 운송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 역시 지난해 말부터 화물운송사업을 시작해 취항 노선 확대를 통해 관련 매출을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화물 시장도 여객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전쟁으로 해상 운송이 불안정해진 상황과 반도체 특수가 겹치며 수요가 큰 상황이 됐다"면서 "항공 화물 사업이 한동안 괜찮은 수익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