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드론 전력화에 착수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위산업체들의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대기업들은 대형 무인기나 대(對)드론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주로 소형·소모성 드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군 당국은 최근 발표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드론 전력 확보 계획에 대한 세부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군의 전투 개념을 토대로 필요한 드론의 종류와 성능, 규모 등을 정하는 것이다. 군은 오는 2030년까지 근거리 정찰 드론과 소형 자폭 드론 등 드론 전력을 2만대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가 개발 중인 소형 공격 드론. /KDI 제공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는 소형 드론이다. 파블로항공, 니어스랩 등 60여개의 국내 드론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는 소형 드론 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공격형부터 정찰, 초소형 자폭 등 7종을 이미 개발했다. 소형 공격 드론에는 다연장로켓 천무 무유도탄 사업을 통해 축적한 유도 항법·종말유도·탄두·신관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KDI는 신관 기술의 수준을 높여 천무에 쓰이는 무유도탄의 불발률을 1% 미만으로 낮췄다. 신관은 탄약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폭발하도록 하는 장치다.

KDI는 장기적인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해 드론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도 인수했다. KDI 관계자는 "국산화율을 높이면서도 자율비행과 표적 인식 기술을 접목해 드론의 생존성과 타격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산이 개발 중인 소형 다목적 드론. /풍산 제공

풍산도 2020년부터 드론 사업에 뛰어들어 다목적 드론 'MCD-7'과 분대급 자폭드론(MCD-2), 탄약투하 공격드론(MCD-AM) 등을 개발했다. MCD-7은 원통형 기체와 동축반전 구동계(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있는 두 개의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를 적용해 일반 쿼드콥터보다 비행 안정성을 높인 모델이다. 임무에 따라 장비를 교체할 수 있다.

풍산은 이 밖에 드론전용 고폭탄, 투하탄 등 기존 탄약 기술을 접목한 무기체계도 개발한 상태다.

무인기 등 대형 기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중형 기체와 대드론, 안티드론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한화시스템이 각각 경쟁 중이다. 이들 대기업은 각종 무인체계를 개발하며 확보한 기술력을 드론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부터 미국 무인기 전문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와 손잡고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 이글 '모하비 스톨'을 개발하고 있다. 기체는 제너럴 아토믹스가 개발하며, 한화에어로는 엔진과 랜딩기어 등을 공급한다. 모하비 스톨은 미사일 16발을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만, 100m 정도의 활주로만 확보해도 이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 캠스 공장 내에서 다목적 무인기(AAP)가 제작되고 있다. /KAI 제공

KAI도 독자적인 무인기 개발에 나섰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이나 국산 경공격기 FA-50과 함께 유무인 복합 편대를 이룰 다목적 무인기(AAP)를 만들고 있다. AAP는 임무 장비가 탑재되는 머리와 AI 비행을 도울 컴퓨터가 있는 몸통, 엔진이 부착될 꼬리로 구성돼 있다. 임무 장비로 탄두를 장착하면 자폭형 무인기, 카메라나 레이더를 달면 정찰형 무인기가 된다.

LIG D&A와 한화시스템이 맞붙은 대드론 무기체계 시장도 격전지로 꼽힌다. 두 회사는 레이더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LIG D&A는 소형 드론을 방어할 '안티드론'을 개발 중이다. 크기가 작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드론을 막는 별도의 대응체계다. 자사 AESA 레이더와 재밍 기술로 조종 신호 전파를 차단하는 소프트킬 방식이다.

LIG D&A가 개발하고 있는 대드론 통합체계. /LIG D&A 제공

또 LIG D&A는 40㎏까지 탑재할 수 있는 수송드론이나 무인헬기 등도 개발하고 있다. 수송드론은 산업통상부와 방위사업청의 민·군 겸용 기술 개발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또 국방과학연구소와 AI 기반 군집 무인기(UAS)도 만들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3년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과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사업을 수주한 뒤 시설형(고정형) 및 이동형 복합방호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AESA 레이더에 기반해 불법 드론 식별 및 추적용 장비다.

드론과 무인기 등은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군이 발표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은 드론의 기술력을 높이고 전시에도 안정적으로 드론을 생산해 투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2026 합동화력훈련 모습. 지난 5월 21일 실시된 합동화력훈련 미디어데이에서 정찰 드론들이 전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방산업계에서는 군의 드론 경쟁력 강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산화율 목표를 현실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드론 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지만, 국산화율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요구할 경우 단가가 높아지고 수익성 하락을 우려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많은 방산기업들은 드론 관련 부품의 상당수를 중국 등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무기체계용 드론의 국산화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무기용 드론은 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국내 산업 기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산화 기준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