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 이후 이어진 가자 지구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은 병사보다드론을 먼저 건물과 지하 터널 안으로 투입했다. 드론은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이 닿지 않는 공간을 탐색하고 부비트랩을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전달했다. 병사의 위험한 정찰 임무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드론이 대신한 것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곳은 2018년 설립된 이스라엘 방산 기업 엑스텐드(XTEND)다. 드론 제조 업체로 출발한 엑스텐드는 현재 AI 운영체제(XOS)를 기반으로 다양한 무인 체계를 통합하는 자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30여 개국에 1만 개 이상의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의 차세대 드론 조달 사업 '드론 도미넌스 프로그램(Drone Dominance Program)'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기업 가치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인정받아 나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엑스텐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아비브 샤피라(Aviv Shapira)는 "미래 전장의 경쟁력은 더 좋은 드론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간과 AI를 얼마나효과적으로 협업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엑스텐드의 AI 자율 시스템은 실제 전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가자 지구 전장에서 엑스텐드 시스템은 병사가 건물이나 지하 터널에 직접 들어가기 전에 먼저 투입돼 내부를 탐색하고 부비트랩을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전달했다. 이런 임무가 가능한 이유는 GPS나 안정적인 무선통신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장에서는 GPS 교란과 전파 방해가 일상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기체에 탑재된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자체 위치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AI 자율 시스템을 개발했다. 덕분에 GPS가 차단되거나 전파 교란이 심한 지역, 복잡한 도심이나 실내에서도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드론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능력이다."
최근 잇따른 전쟁이 엑스텐드의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최근 전쟁은 기술 개발 실패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 중에는 군인이 몇 주씩 드론 조종법을 배울 시간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대신 임무를 지휘하는 방식으로 개념을 바꿨다. 사람이 임무만 지정하면 시스템이 비행과 항법을 수행하기 때문에 짧은 교육만으로도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 또 무기 체계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 새로운 기능은 하드웨어 교체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작전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자율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가 보급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최근 전쟁은 실제 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얼마나 빨리 전장에 적용하고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결국 미래 무기 체계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건가.
"그렇다. 하드웨어는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다. 기체와 기본 플랫폼의 성능이나 가격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소프트웨어는 로봇과 센서, AI 모델, 지휘 통제 체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위협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전술을 얼마나 신속하게 바꿀 수 있는지, 전파 교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도 결국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여러 종류의 무인 체계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하나의 체계 아래에서 함께 작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가 몸이라면 소프트웨어는 신경계다. 미래 무기 체계의 민첩성과 확장성, 회복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다."
그렇다면 미래 군 조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군도 개별 무기를 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무인 체계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운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드론이 가장 뛰어난가가 아니라 여러 제조사의 다양한 무인 체계를 하나의 자율성과 지휘 체계 아래에서 어떻게 통합해 운용하느냐다. 조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별 장비를 구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확장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는 소규모 인원이 대규모 무인 체계를 동시에 운용하는 방식이 일반화할 것이다."
군사 AI 자율 시스템의 신뢰를 높이는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실제 전장 데이터다. 시뮬레이션이나 시험장만으로는 실제 전장의 복잡성을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 복잡한 도시 환경과 전파 교란, 예측하기 어려운 적의 대응 같은 것은 실제 전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실전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AI를 발전시키는 자산이 된다. 자율 시스템을 실제 작전에 투입하면 성공과 실패 사례가 모두 데이터로 쌓이고, 이를 AI에 다시 학습시키면 비행과 표적 탐지, 주변 인식 등 핵심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실제 전장 경험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 AI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래 전장에서 인간과 AI는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게 될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지휘하는 자율성(human-guided autonomy)'이다. 앞으로는 한 사람이 드론 한 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무인 체계를 동시에 지휘하게 될 것이다. AI는 정보 수집과 감시, 비행과 항법, 표적 추적 같은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은 임무 목표와 교전 규칙을 설정하며 무력 사용 여부 등 최종 판단을 내린다. 핵심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더 효율적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AI의 자율성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방산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한국에 조언한다면.
"이스라엘의 강점은 일선 부대와 엔지니어, 정책 결정권자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부터 의사 결정, 실전 배치까지 하나의 체계에서 빠르게 이뤄진다. 일선 부대와 방산 스타트업, 대형 방산 기업은 실제 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과 작전 운용 방식을 개선하고, 그 결과를 다시 현장에 적용한다. 이런 과정이 수년이 아니라 몇 주, 몇 달 안에 이뤄진다. 실전에서 검증된 기술은 이후 현지 생산 거점과 해외 법인, 글로벌 파트너 등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과 AI, 방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군과 산업, 정부의 긴밀한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전장과 산업을 잇는 신속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여러 기업의 무인 체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공통 AI 소프트웨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을 추진하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국은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Plus Point
드론 방산 강국 이스라엘 미국 이어 세계 2위
이스라엘은 드론과 무인 체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
미국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포스트(The Defense Post)가 발표한 '2025년 세계 100대 드론 방산 기업' 에 이스라엘은 8개 기업을 올려 미국(31개)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순위에는 무인기 '헤르메스(Hermes)' 시리즈로 유명한 엘비트 시스템스(5위)를 비롯해 에어로노틱스(26위), 퍼셉토(29위), 유비전(38위), 엑스텐드(41위) 등이 포함됐다. 특히 엘비트 시스템스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8위), 영국 BAE 시스템스(13위), 미국 록히드마틴(14위), 독일 라인메탈(16위) 등 세계적인 방산 대기업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