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FPV 드론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Iryna Rybakova/Ukraine's 93rd Mechanized Brigade via AP

수백만원짜리 일인칭시점(FPV) 드론이 수십억원짜리 전차를 파괴하고, 무인수상정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주요 함정을 잇달아 격침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비싼 무기가 강하다'는 기존 전쟁의 공식을 뒤집었다.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정밀 무기가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조지 M. 도허티(George M. Dougherty)는 이런 변화를 오래전부터 분석해 온 군사기술 전문가다. 미국 공군의 과학기술 전략 수립을 이끌었고,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 체계 개발에도 참여했다. 최근 저서 '비스트 인 더 머신(Beast in the Machine· 한국어판 AI 시대, 전쟁의 미래)'에서는 드론, 로봇, AI가 '전쟁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허티는 "값싼 로봇 정밀 무기가 전차와 군함 같은 전통적인 군사 플랫폼을 낡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군사 로봇 혁명의 첫 번째 물결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도허티와 일문일답.

조지 M. 도허티 - 군사기술 전문가, 미국 버지니아대 공학 석사, UC 버클리 재료과학·공학 박사, 코넬대 MBA, 현 미 공군 혁신 담당 디렉터, 전 미 공군연구소(AFRL) 부소장, 'AI 시대, 전쟁의 미래' 저자 /사진 조지 M. 도허티

전쟁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란 전쟁이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매우 저렴한 로봇 정밀 무기의 등장이다. FPV 드론이 대표적이지만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도 포함된다. 저렴한 상용 기술을 기반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고성능 군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중동 전장에서는 이런 드론과 로봇 무기를 적극 활용해 자국보다 강한 적이 의존하던 고가의 군사 시스템을 파괴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기 자체만이 아니다. 이들 무기는 전장 감시와 현대적 지휘 통제 체계, 위성통신과 결합해 운용된다. 그 결과 전차와 군함 같은 전통적인 대형 플랫폼은 물론 지휘소와 기반 시설까지 취약해지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기관총이 기병을 낡은 전술로 만들었듯, 지금은 로봇 정밀 무기가 기존 무기 체계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지금은 군사 로봇 혁명의 첫 번째 물결이 시작된 단계다."

기존 기술이 최근 전쟁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비용과 접근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장 부유하고 첨단 기술을 가진 군대만 활용할 수 있었던 능력이 이제는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된다. 1980년대 PC가 컴퓨팅을 대중화했듯, 소형 취미용 드론 같은 상용 제품과 모바일 산업의 공급망, 3D 프린팅 같은 저자본 제조 기술이 전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값싼 드론이 고가 군사 자산을 파괴하는 시대, 군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전차 같은 전통적 대형 플랫폼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지만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차 같은 새로운 체계가 기계화 전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체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대드론 체계와 능동 방어 체계로 기존 플랫폼을 보호해야 한다. 진짜 변화는 그 이후다. 미래의 로봇 시스템은 기존 무기의 무인 버전이 아니라 로봇 전장에 맞게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된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때 군사 로봇 혁명의 두 번째 물결이 시작될 것이다."

AI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AI의 자율성은 인간이 의도한 목표를 더 정확하게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행동하는 AI는 무기가 아니라 위험 요소다. 우리는 AI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군사 AI는 실제 전장 환경에서 충분한 시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미래 전쟁을 준비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미국과 주요 동맹국은 새로운 전쟁 방식을 주도하기보다 뒤쫓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내 책(AI 시대, 전쟁의 미래)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고, 군사 AI를 더 윤리적이고 책임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지금 첨단 무기 개발과 생산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래 전쟁을 주도할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중요한 질문은 '비행기를 더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었다. '비행기가 기존 무기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드론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술이 전쟁을 어떻게 바꿀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다."

10년 뒤 전장은 어떤 모습일까.

"미사일과 드론으로 무언가를 폭파하는 것은 전쟁의 한 측면일 뿐이다. 군은 영토를 점령하거나 해방하고, 적의 통제를 무너뜨리고, 인질을 구출하고, 주민을 보호하며, 안보를 수행해야 한다. 로봇과 AI 기술은 이전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설계 원칙을 가능하게 한다. 그중 하나가 '분산(dissoci-ation)'이다. 하나의 거대한 유인 플랫폼을 더 작은 무인 플랫폼의 대형이나 배열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생존성을 높이고 군집 전술 같은 새로운 전술을 가능하게 한다. 미래 전장은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의 로봇 시스템으로 채워질 것이다. 새로운 설계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같은 시기가 열릴 수 있다."

미래 군사 강국의 조건은.

"혁신적인 문화, 스마트 시스템과 전력 전자, 모바일 기기 등 첨단산업 제조 공급망, 다양한 AI 전문성을 갖춘 나라가 유리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군사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은 기존의 첨단산업 강국이 아니다. 무장 드론을 발명한 것은 이슬람국가(IS)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산 업계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는 로봇 전쟁의 선도국이 됐다. 미국과 한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존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와 방산 기업, 기술 기업이 모두 함께 혁신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민첩한 스타트업처럼 기능하는 실험 부대를 만들어 혁신 기업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검증하고 실제 전투 능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군사 로봇 혁명을 이끌 잠재력이 큰 나라다. 특히 모바일 기기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으로, 그 제조 기반과 공급망은 차세대 로봇 무기 생산에 이상적이다. 아울러 한국은 새로운 형태의 군사 플랫폼을 설계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창의적 산업 디자이너를 보유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통이 큰 자산이다. 한국산 AI 군사 시스템이 전쟁의 도덕적 규범을 실제로 구현해 내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lus Point

조지 도허티가 꼽은 3가지 '미래 전장' 예고편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1│전통 군함을 격파한 무인수상정우크라이나군 무인수상정 마구라 v5가 2024년 2월 1일(현지시각) 러시아 군함 이바노베츠를 공격하고 있다. 앞선 공격으로 선체가 손상된 모습이다.



/사진 우크라이나군

2│값싼 정밀 무기가 전차를 무너뜨리다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 전투에서 파괴된 러시아군 기갑 차량. 드론을 활용한 정밀 표적 탐지와 타격 체계는 고가의 전통 기갑 전력도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진 미 공군

3│로봇개가 여는 병사-무인 시스템 협업 시대사족 보행 로봇, 이른바 로봇개는 인간과 무인 시스템의 협업을 실험하는 대표 사례다. 향후 AI 기반 자율 시스템과 병사가 함께 작전하는 전장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사족 보행 로봇을 시험·훈련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