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반도체 소재 등 사업 부문 매각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매각해야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13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 SF관에서 웨이퍼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 뉴스1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매각을 추진 중인 사업은 스페셜티 사업본부 산하의 드라이필름 포토레지스트(DFR), 디스플레이 코팅액 오버코트(OC),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봉지재 사업이다. DFR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나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미세한 전기 회로를 그릴 때 사용하는 필름 형태의 감광재다. 오버코트와 OLED 봉지재는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신사업 투자 등을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일부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이번 사업 양도 결정은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양도 거래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 신사업 투자 등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SK그룹은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29.4%)을 제외한 70.6%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막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을 결정한 것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당시 SK실트론의 전체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 결정을 재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핵심 소재 제조사인 SK실트론을 그룹 내에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3년 동안 그룹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몸값이 높아진 때 제값을 받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동박 제조업체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4월 반도체용 동박(회로박) 사업 부문을 최대주주(스카이레이크롱텀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측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자회사 볼타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유럽 동박 제조사 CFL 지분 100%를 최대주주 관계사에 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회로박 대신 이차전지용 동박(전지박)에 집중하기 위해 반도체용 동박 부문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대금은 올해 연말 완공을 앞둔 캐나다 전지박 공장 등 북미 거점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있을 때 소재 기업의 실적도 좋으니, 이때 매각해야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주기적으로 흐름을 타기에 오히려 반도체 호황기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