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7월 8일(이하 현지시각)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막을 내린 정상회의에서 "향후 5년간 400억달러(약 61조4100억원) 이상을 드론 역량 강화에 투자하고, 2027년 말까지 회원국 군의 드론 운용 인력을 다섯 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대규모 드론 운용 능력과 함께 드론을 탐지·식별·무력화하는 방어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 2월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에서 미군은 개전 후 24시간 동안 약 1000개의 표적을 선별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과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결합한 초지능형 킬 체인을 가동한 덕분이다. 여러 출처의 정보를 합쳐 패턴을 잡고 표적의 우선순위를 매긴 뒤, 좌표를 뽑아 최종 결정을 하는 데까지 AI가 핵심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2003년 이라크전에서 2000명의 정보 분석관이 필요했던 식별 작업을 20명 이내 병사만으로 처리했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바꾸고 있는 현대전의 모습이다. 전장은 늘 신무기 등장과 함께 변화를 맞이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전차가 처음으로 실전 투입된 전쟁으로 역사에 남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반도체가 기여한 정밀유도무기는 베트남전에서 실전성을 확인하고, 걸프전쟁을 통해 위력을 입증했다.

AI와 로봇, 우주 기술 등 인류의 미래를 바꿀 만한 혁신 기술의 발전 속에 발발한 두 전쟁은 최첨단 기술의 군사 목적 사용 시험장이 되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도입한 저가 소형 드론의 무기화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본격화한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뉴마켓피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기술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약 두 배 성장해 2036년 1조4000억달러(약 21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미래 신안보 혁신 기업 육성 전략 회의'에서 "기업 가치 480조원에 이르는 미국 팔란티어와 당당하게 경쟁할 혁신 기업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안보 분야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기업 5개, 매출 1000억원 기업 50개 육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기업 투자 및 기술 연계 등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한 미국 CIA(중앙정보국) 인큐텔 모델처럼,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팔란티어의 시총은 3169억달러(약 486조5000억원)로 RTX(2624억달러), 록히드마틴(1217억달러) 등 전통 방산 기업을 압도한다. '이코노미조선'은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전통 방산 강국에서 신(新)안보 강국으로 변신하려는 한국이 처한 환경 변화를 진단하고 미래전을 가늠케 하는 전쟁의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핵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비싼 무기가 강하다? 비대칭 전력의 급부상

우크라이나는 7월 7일 2700㎞ 떨어진 러시아 최대 정유 시설 옴스크 정유 공장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전쟁 발발 이후 최장 거리 공격이었다. 폴란드 안보 컨설팅 업체 로잔 컨설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올해 들어 드론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을 공격한 횟수가 최소 191회로, 전년 동기 대비 11배 많았다.

2026년 글로벌파이어파워(GFP) 지수 기준 군사력 20위 우크라이나가 2위 러시아와 4년 5개월째 교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드론과 군사용 무인지상차량(UGV) 등으로도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저비용 방산 생태계의 형성이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의 드론 제조사는 7개였지만, 현재 5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전자전 업체도 2개에서 200개로 늘었고, 지상 무인 체계 업체는 전쟁 전 사실상 없던 시장에서 100개 이상으로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드론을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방산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는 실험장이 된 것이다. 이란이 걸프 주둔 미군 기지 공격에 사용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대당 가격이 2만~5만달러(약 3000만~7500만원) 수준이다. 반면에 이를 막는 미군의 신형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은 1발에 약 400만달러(약 60억원)에 달한다. 패트리엇 1발 쏠 비용으로 자폭 드론 100대를 거뜬히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미국이 하루 5억달러(약7500억원)가량을 전쟁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과 함께 UGV도 저비용 전투를 주도한다. 박매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무인복합연구센터 센터장은 "UGV에 소총을 달고 사격하고, 드론까지 연계해 공격하면 막아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로봇·드론만으로 진지 점령… 무인화 가속

4월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보병을 투입하지 않고 드론과 UGV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다"며 "우크라이나 측 손실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장소와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①드론이 상공에서 감시하며 타깃의 위치와 방어구조를 실시간 파악하는 정찰을 하고 ②일인칭시점(FPV) 드론과 지상 로봇이 참호와 벙커 입구, 방어 거점을 타격하며 제압에 나서고 ③기관총을 장착한 UGV가 진지 내부로 돌입해 교전하고 ④물류 로봇이 탄약·장비를 공급해 지속적으로 전투가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본다.

"군사 로봇 혁명의 첫 번째 물결이 왔다" 는 조지 도허티 미국 군사기술 전문가의 언급과 맥이 닿는 변화다. 우크라이나 방산 생태계에 형성되고 있는 통합 무인 전투 체계에서 △자폭용 지상 로봇인 라텔(Ratel) △ 보급·공병용인 테르미트(TerMIT) △기관총 탑재 전투 로봇인 리스/즈미이(Rys/Zmyi) 12.7㎜ 구경의 브라우닝 M2 기관총을 장착한 프로텍터 △물류 로봇인 볼리아(Volia) 의무 후송 로봇인 아르달(Ardal) 등 다층 구조의 로봇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한다.

그렇다고 가까운 미래에 인간 보병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의 무인 시스템은 인간이 원격조종한다. 따라서 적의 통신 교란에 취약하며, 로봇을 유지·정비하는 데는 인간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방산 기업 엑스텐드(XTEND)의 아비브 샤피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무인 체계를 동시에 지휘하게 될 것"이라며 "핵심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더 효율적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이 하늘을 나는 드론뿐 아니라 육상과 해상에서도 UGV와 무인수상정 등 자율 무인 체계 개발과 응용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엔 실전 데이터의 빠른 피드백이 있다. 도허티는 그러나 신무기가 완전히 정착하는 단계에 이르려면 기존 무기를 단순히 무인화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 전장에 맞게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된 플랫폼이 등장하는 '두 번째 물결' 시기가 올 것으로 관측했다.

AI 영역으로 확장된 전장

"AI가 드론 운용, 작전 계획, 미사일 공격 데이터 분석 등에 쓰이고 있으며, 앞으로 전장은 여러 무기와 데이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운영 체계의 전쟁'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AI 연구 조직 책임자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비대칭 전력이나 무인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AI 고도화가 있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위성· 드론 영상, 오픈 소스 정보를 AI로 통합 분석해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우크라이나에 무상 제공한 데 이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작전에도 참여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야시르 아탈란 미래연구소 부소장은 "AI는 군사 목표물을 탐지하는 데서 나아가 공격 개시 단계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전장은 '완전한 자율 킬체인' 체계로 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는 드론, 로봇으로 대표되는 AI 관련 국방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위해 올해 관련 예산을 전년의 16.5배인 330억원 배정하고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예산도 2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렸다. 도허티는 "한국은 AI 기반 로봇 무기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군사 플랫폼을 설계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강력한 민주주의와 인권 전통은 한국의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Plus Point

방산 스타트업 투자 올해 이미 19조원 육박

올 들어 방산 기술 스타트업에 유입된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이 123억달러(약 18조8830억원)로 지난해 투자 규모(99억5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방산 스타트업이 전통 방산 대기업의 보완재가 아니라 새 경쟁 축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월 21일 인용한 글로벌 비상장 자본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벤처 투자 자금의 93%인 114억달러(약 17조5000억원)가미국에 유입됐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호주 국방부 등에 AI 기반 감시 타워, 드론 등 무인 시스템을 공급하는 안두릴은 지난 6월 50억달러(약 7조67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를 610억달러(약 93조6472억원)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