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공기업 5사를 통합하는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통합 본사 유치에 나섰다. 통합 본사 설립에 따라 고용과 세수, 인구 유입 측면에서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판단에서다.

구조 개편 대상인 발전 공기업 5사는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이다. 각 사의 본사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남동발전은 경남 진주, 남부발전은 부산 남구, 동서발전은 울산 중구, 서부발전은 충남 태안, 중부발전은 충남 보령에 각각 본사가 있다.

발전 공기업 5사는 2001년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분리됐다. 하지만 업무가 비슷해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하고 인력과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위해 5사를 합쳐 자본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도 통합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성환(왼쪽)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4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공기업 5사(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사장들과 '에너지대전환 시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간담회'를 갖고 기능 재편 방향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태안·진주·울산·나주·강원도, 통합 본사 유치 나서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충남 태안·경남 진주·울산·전남 나주·강원도 등이 통합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충남은 통합 본사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충남에는 현재 5사 중 두 곳(서부발전·중부발전)의 본사가 있다. 또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가장 많은 28기가 충남에 있다.

특히 서부발전 본사가 있는 충남 태안군과 태안군의회, 시민사회는 서명운동과 중앙정부 건의, 대정부 활동을 하나의 창구에서 추진하기 위해 '발전5사 통합 본사 태안 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태안에선 서부발전이 떠날 경우 지방세의 44%가 사라지고, 발전소와 협력업체 종사자 약 3000명이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에는 발전사와 1차 산업을 제외하면 지역 경제를 지탱할 기반이 없다"며 "다른 지역에 통합 본사가 설립돼 서부발전이 태안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위기이기 때문에 통합 본사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남 진주시는 남동발전 본사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총학생회도 통합 본사 유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서발전 본사가 있는 울산은 한국에너지공단·한국석유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공공기관과의 연계를 앞세운다. 전남 나주는 한전 본사를 비롯해 한전KPS·한전KDN·전력거래소 등 전력 관련 공공기관이 모여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통합 본사 유치에 나섰다.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폐광 지역이 많아 지역 경제 침체가 지속된 데다, 인구 감소도 심각해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통합 본사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강원도는 충남(28기)·경남(14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통합 본사 위치 선정에 대한 기준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 연내 통합 방안 마련… 발전 5사 TF 가동

정부는 연내에 통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달 발표된 발전 공기업 5사 통합을 위한 연구 용역 중간 결과에선 1사 통합 또는 권역별 2~3사 통합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위험 분산·운영 효율성을 고려해 1사로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날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공기업 5사 사장과 고위 경영진을 만나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통합에 따른 인사체계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전 공기업 5사 소속 석탄발전 부문 인력 재배치가 중요 안건으로 꼽힌다.

5사는 실무진이 참여하는 준비단(TF)을 꾸려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3명씩 파견해 TF를 구성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TF는 통합 방안 마련과 관련한 각 사의 상황을 조사하는 등 실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