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방위산업 기업들이 주 52시간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수년간 이어진 방산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물량이 몰린 상황에서 현장 인력난과 근로시간 제한에 맞물려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용부는 허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지난 3년간 방산기업들에 예외를 허용했던 만큼, '특별의 상시화'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15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현대로템(06435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주요 방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고용부 측을 만나 특별연장근로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외 납품 물량이 겹치면서 주 52시간제 아래에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통상임금의 1.5배를 감수하더라도 직원들의 연장 근무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생겨 불가피하게 1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초과해 근무할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거쳐 3개월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들은 지방노동청에 신고만 해도 1년에 한 번 석 달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 연장 근로가 필요하면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승인 시 총 6개월간 주 64시간 근로가 가능해진다.
◇방산업계 "인력 늘려도 감당 어렵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별한 사정은 재해·재난, 인명 보호, 돌발 상황,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 등이다. 방산기업들 요청의 근거는 업무량 폭증이다. 방산기업들의 최근 3년간 수주 잔고는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화에어로·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079550)·현대로템·KAI의 방산 분야 수주 잔고는 2023년 13조3526억원, 2024년 17조8482억원, 2025년 21조290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주 잔고는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다.
방산 대기업들은 늘어나는 일감에 따라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직원을 채용해왔다. 지난달 공개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4사의 총 임직원 수는 2023년 2만200명, 2024년 2만1877명, 2025년 2만360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약 8%씩 인력을 늘린 것이다. 인력 분포를 보면, 관리직의 수까지 늘어난 기업도 있지만, 일반직·중간 관리직의 수가 기본적으로 많이 늘었다. 저연차 채용을 늘렸단 의미다.
그럼에도 방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다. 방산물자 생산에는 직원의 숙련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인력이 충원됐다고 한들, 당장 제 역할을 하기에는 업계 특성상 무리가 있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주장이다. 최소 2년 이상의 교육이 필수적이라, 숙련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더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힘들여 뽑아서 시간을 두고 가르치면 금세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중도 퇴사한다는 것이다. 중소 방산기업의 한 관계자는 "3~4년 일을 배우면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며 "현장 인력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체계 업체들의 요구 사항을 맞추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년 연속 승인은 고용부도 '부담'
반면 고용부는 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 허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년간 방산업계에 특별연장근로를 승인한 데다 4년 연속 허용될 경우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 코로나19 기간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자동차나 조선 등 제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승인한 바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방산 외엔 없었다고 한다.
고용부가 망설이는 근간에는 근로시간 증가 등의 이유도 있지만, 국방비 증가 부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방산업체들이 군에 납품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실제 발생한 비용을 기준으로 원가를 산정한다. 이를 '실발생 원가'라고 하는데, 실제 발생한 비용을 기준으로 원가를 계산하고 보상하는 원칙을 뜻한다. 방산이 국가가 유일한 고객인 국가 주도 산업이다 보니 기업들의 최소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원가 산정 과정에서 핵심 기준은 노무비다. 방산기업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 원가도 늘어나는 것이다. 일반 제조업은 자동화·무인화로 인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방산의 경우 자동화를 시작하면 원가가 깎이는 구조인 셈이다. 현행 원가 산정 제도가 방산업체의 생산성 개선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방산기업들이 자동화 필요성을 알고 있고, 일부 자동화된 공정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3년간 예외를 적용해줬으면 방산기업들도 생산성을 늘릴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진행된 간담회는 특별연장근로에 관해 고용부와 업계의 의견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특별연장근로를 공식 신청하는 등의 절차가 이뤄진 게 아니다. 업계에서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우선 다음 달 경남 창원에 있는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탄력근로제 등 활용 가능한 대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개별 방산기업 별로 특별연장근로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