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원청(정규직)·하청 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예고하면서 포스코 내부에 긴장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정규직 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2%의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의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청 노조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원청인 포스코를 향해 직접 교섭 요구를 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의 포스코 로고. /뉴스1

◇원청 노조, 찬성률 92%로 쟁의행위 결의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사측과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 노조)은 오는 14일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6번째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달 12일 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8일까지 5차례 만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을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시작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노조가 교섭 진행 도중 협상에 진전이 없어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적이 있으나, 교섭 시작 전부터 쟁의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교섭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성과에 대한 보상 부족, 안전 문제, 사측의 일방적인 하청 직고용 결정 등에 대해 현장의 누적된 분노가 크다"며 "교섭 전 쟁대위 체제 구성은 올해 노조의 방향이 쟁의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5월 기본임금 7.1% 인상과 기본임금의 600%에 해당하는 일시금 지급, 명절 상여금 인상, 우리사주 지급, 자생안전특별위원회 구성 등 13개 항목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지난 8일 열린 교섭에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첫 검토 제시안을 내놨으나, 무성의한 답변에 그쳤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일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자원 중심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포스코 노조가 가장 문제삼고 있는 것은 사측이 철강업황 부진에 따른 경영 여건의 어려움을 이유로 직원 보상을 제한하면서 지주사(포스코홀딩스) 배당과 그룹 차원의 투자는 대규모로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가 사업회사인 포스코를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만 여기고 보상은 없다는 것이 노조의 생각이다. 포스코는 포스코그룹이 2022년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회사로 물적분할됐다.

포스코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2023년 약 3200억원에서 2024년 8880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527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 노조는 영업이익이 2023년 2조826억원에서 2024년 1조4731억원, 2025년 1조7804억원으로 급감했으나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2023년 41%에서 2025년 61%로 커졌다고 지적한다. 포스코 노조는 사측에 포스코홀딩스로 보내는 배당 결정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물적분할 초기에 운전자금 확보를 고려해 지주사에 배당금을 적게 지급해 이후 배당금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해진 배당 절차에 따라 집행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노조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발표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에도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이차전지·에너지 3대 축으로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자원)에 7조6000억원, 이차전지(전략자원)에 4조1000억원, 에너지(에너지자원)에 3조7000억원 등 2028년까지 3년간 16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그룹의 사업 재편 투자 계획을 보면 사실상 철강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을 리튬,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는데 그에 대해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없고 회사는 투자 확대만 외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 노조는 1968년 창립 후 이어져 온 58년 무파업 전통을 깨고 파업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2023년과 2024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와 조합원 투표를 통한 쟁의행위 결의로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파업 위기가 고조됐으나 노사가 막판 합의하면서 파업 위기를 넘겼다.

쟁의권 확보 과정은 통상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가 먼저지만, 포스코 노조는 지난 8~9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먼저 진행해 92%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사측은 지난 8일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제시안이 나오기 전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된 데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추후 교섭이 결렬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단체교섭 조정 절차를 신청할 계획이다. 노동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6월 8~9일 실시한 2026년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조합원 97.1%가 참여하고 이 중 92.2%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포스코노동조합

◇하청 노조, 원청 포스코 향해 교섭 요구 잇따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의 압박도 거세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하청 노조가 사용자성(사용자 지위)이 인정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되면서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포스코에 원청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을 이유로 교섭에 불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포스코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스코 측은 "지난 8일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한 이후 원만한 교섭을 위해 행정 절차 관련한 상호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포스코가 지난 4월 발표한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노동자 7000명 직접 고용에도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기존 정규직과 다른 직군으로 채용해 임금을 차별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청 노조는 일방적 직고용을 중단하고 교섭을 통해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고용 결정은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 원청 노조도 반발하는 부분이다. 사측이 노조와 아무런 소통 없이 하청 직고용을 발표해 기존 노조원 입장에서 복지와 안전 등 측면에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포스코 원청 노조 관계자는 "직고용 결정 자체는 경영적 선택이라 막을 명분이 없지만, 회사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게 문제"라며 "조합원의 권리와 근로조건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플랜트건설 하청 노조인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포스코를 비롯해 에쓰오일·고려아연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플랜트노조는 제철소, 발전소 등을 짓고 시설을 정비·보수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플랜트노조는 원청인 포스코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유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랜트노조는 오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