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EBG그룹은 지난달 말 '대우(DAEWOO)' 상표권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 가전 시장에서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EBG그룹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요 가전 제품을 대우 브랜드로 출시할 예정이다.

EBG그룹은 내년까지 대우 가전 매장 100여개를 여는 등 앞으로 3년간 유통망 확장과 제품 개발 등에 10억루피(약 16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대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지역에선 상표권 수요가 지금도 꽤 있다"고 했다.

1999년 외환 위기 여파로 한때 국내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대우 브랜드가 해외에서 여전히 이름값을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우 상표를 활용해 연간 약 160억원의 상표권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튀르키예 가전 기업 베스텔이 2023년 독일 가전 전시회 IFA에서 대우 상표를 내건 가전 제품을 전시한 모습. /연합뉴스

12일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우 브랜드는 국내 및 해외 175국에서 총 3420건의 상표권이 등록돼 있다. 'DAEWOO'와 '大宇', 대우 상징 도형 등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외에서 대우 상표권을 갖고 이를 활용한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대우 상표를 사용하는 사용권자는 일정액의 로열티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지급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재 수십개 기업이 대우 상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룹 해체 후 2000년 말 ㈜대우의 무역 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된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 상표권을 가져갔다.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2016년 포스코대우로 이름을 바꾸고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또 변경한 뒤에도 대우 상표 소유권은 유지됐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전인 2009년 대우 상표권 수익은 29억원 수준이었다. 인수 후인 2011년에도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전자부품 등에 상표를 빌려주고 약 3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후 대우 상표 로열티 수익은 2021년 71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3년(101억원)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로열티 수익은 158억원으로, 2024년(140억원) 대비 약 13% 증가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 김 전 회장 뒤로 대우 상표가 보인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대우 상표 수익은 대부분 해외 사용에서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해외에서 대우 상표의 단독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CIS(소련 독립국가연합), 중동, 중남미, 유럽, 중국 지역에서 대우 상표권 수요가 많다는 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설명이다.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류, 공구류 등에 주로 활용된다.

재계에선 대우그룹이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시절 신흥시장에서 쌓은 높은 인지도가 지금도 현지 소비자에게 통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우그룹은 냉전 종식 후인 1990년대에 동구권에 가전·자동차 공장을 세우며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대우전자는 동유럽에서 가전 명가로 인정받았다. 대우전자는 폴란드의 가전업체를 인수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을 펼쳐 폴란드 가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1995년엔 러시아를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우자동차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국민차'로 위상이 높았다. 루마니아와 폴란드 자동차 회사들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 또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러시아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전략으로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다.

튀르키예 가전 기업 베스텔은 2021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10년간 대우 상표를 사용하는 계약을 맺고 대우 브랜드를 단 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베스텔은 대우 상표를 붙인 다양한 가전제품을 러시아·CIS 지역과 중동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대우 브랜드는 중동과 중남미 가전 시장에서도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전자는 1980년대 후반 국내 가전업계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 TV를 수출했다. 내구성을 강조한 '탱크주의'가 대우 가전 품질의 상징이었다. 1990년대 초 멕시코에 가전 공장을 설립하면서 멕시코와 중남미 시장에서도 높은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과거 대우그룹의 위상이 높았던 지역에선 대우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여전히 높다"며 "과거의 브랜드 자산이 상표권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소유한 대우 상표의 활용 예시. /포스코인터내셔널

국내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 지식재산처에 등록된 모든 대우 상표의 등록권자다. 다만 지정 상품에 따라 일부는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공동 소유권자로 각각 등록돼 있다. 옛 대우 계열사였던 회사는 국내의 경우 상표권 공동 사용권자로 등록된 경우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대우 상표를 사용할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대우의 건설 부문이 분할돼 출범한 대우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는 건설 분야에 공동 소유권자로 등록돼 있어 로열티를 내지 않는다. 반면 해외 시장에선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로열티를 내고 영구사용권을 얻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