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엔진 전문 기업 HD현대마린엔진과 한화엔진의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80~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호황기에 수주한 고가 엔진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국내 제조업 평균의 2~3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와 내년 이익 수준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을 쓸어 담고 있는 중국 조선소들이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이들 기업에 잇달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선박용 엔진. /HD현대마린엔진

◇2분기 영업이익률 15~24% 전망… 제조업 평균 최고 3배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HD현대마린엔진은 2분기에 3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대비 103% 증가한 수준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17.6%) 대비 6.6%포인트 상승한 24.2%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6.9%)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화엔진은 2분기에 지난해 2분기 대비 78.8% 증가한 6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8.7%) 대비 7.0%포인트 상승한 15.7%로 전망된다.

한화엔진(옛 HSD엔진)은 2024년 초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데 이어, 3개 분기 연속 10%대 이익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선 이들이 2023~2024년 수주한 고가의 엔진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기는 조선업 초호황 속에 고마진 이중 연료(DF) 엔진 주문이 쏟아졌을 때다. 선박 엔진은 수주 후 납품하고 잔금을 모두 받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HD현대마린엔진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수주잔고 중 약 75%가 2024년 수주한 물량이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이 2024년 7월 HD현대그룹으로 편입이 완료된 후 엔진 판매가 상승폭이 커졌다"며 "올해와 내년에 2023~2024년 수주한 물량이 모두 소화되며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 국내 조선 3사 성장세가 발판

이들의 성장세 뒤에는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호황이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대비 81%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조선 3사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0% 이상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 예상치가 15%로 3사 중 가장 높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4%, 12%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 호조는 2~3년 전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이 인도되면서 실적에 반영된 덕분이다. 계약이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는 만큼 실적 반영 시점의 고환율(원화 약세)도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2023~2024년 130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올해 2분기엔 1500원 안팎을 오갔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상선, 해양, 엔진기계 부문 모두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본다"며 "사업 전 부문에 걸친 환율 효과는 영업이익 기준 27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 사업부와 함께 HD현대 계열 조선사들의 엔진 수요 물량을 나눠 맡고 있다. 완성선 계열사들의 수주 호황을 함께 누리는 셈이다.

HD현대는 그룹 내에 대형 엔진부터 중소형까지 수직 계열화된 엔진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 부문은 대형 선박의 추진기관인 대형엔진, 대형 선박의 발전기용으로 사용되는 중형엔진(자체 브랜드 힘센엔진) 등을 생산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선박 추진용 저속엔진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엔진은 선박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그룹 조선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위해 계열사에서 엔진을 조달한다"고 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중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화오션은 계열사 한화엔진 외에 HD현대 계열사에서 엔진을 구매하기도 한다. 한화엔진은 대형 선박용 대형 저속엔진이 강점이기 때문에 중소형 선박 추진용 저속엔진의 경우 HD현대마린엔진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엔진 사업부나 엔진 전문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다. 한화엔진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 한화엔진의 전신인 HSD엔진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작사다. 당시 HSD엔진이 삼성중공업의 대형 저속엔진 물량을 도맡았던 관계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최근 HD현대 계열 구매를 늘리며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한화엔진 대형 엔진. /한화엔진

◇선박 수주 1위 中, 한국산 엔진 수요 급증

특히 중국 조선소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이중 연료(DF) 엔진 주문이 다수다. 중국은 올 들어 세계 선박 발주의 70% 이상을 가져갔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 4295만CGT(선박의 크기, 건조 난도, 작업량 등을 반영한 표준화물환산톤수) 가운데 중국이 3100만CGT로 점유율 72%를 기록했다. 한국은 797만CGT(17%)로 2위였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상반기 체결한 선박 엔진 공급 계약 15건 중 12건이 우후조선소, 샤먼샹위조선소 등 중국 조선소의 발주 물량이다. 총 계약액의 약 74%(약 4900억원)가 중국 수출 물량이다.

한화엔진은 상반기 선박 엔진 공급 계약(총 1조4341억원)의 약 45%(6439억원)를 아시아 지역 기업에서 수주했다. 한화엔진은 경영상 비밀유지 조건을 이유로 발주처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조선업계에선 아시아 지역 발주 대부분을 중국 조선소 물량으로 추정한다. 증권가에선 한화엔진의 내년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 배출 규제로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을 사용하는 이중 연료 추진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 조선소들도 기술 수준, 납기 등 측면에서 한국 엔진을 넣고 있다"며 "선주사가 중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길 때 엔진은 한국산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