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인공지능(AI) 시장 팽창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대미(對美) 철근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철근 수출량은 48만3549톤(t)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량인 1만4557t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3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대미 철근 수출 증가는 AI 시장의 고속 성장으로 미국 빅테크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가면서 자재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메타는 지난 2024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4000에이커(약 16㎢)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같은 해 오픈 AI와 오라클은 텍사스주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거점 중 하나인 '스타게이트1' 건설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구글도 텍사스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철근은 건설 공정의 기초 단계에 투입되는 자재다. 미국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가기 시작하던 2024년 대미 철근 수출량은 3695t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대미 철근 수출량은 9만683t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6배 급증했다. 올해 수출량은 2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수출량의 네 배를 넘어섰다.
미국의 전체 철근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점유율도 크다.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철근 수출량은 9만4155t으로 전체 수입량 11만4101t의 83%를 차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재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재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에 따른 철강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동일하게 50% 관세를 부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밀리지 않고, 국내 철강사들의 납기 경쟁력이 높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 관세는 우리나라에만 부과되는 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라면서 "없던 수요가 생긴 데다가 필요한 시기에 철근을 공급하는 게 중요한데 그 점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사들도 조직을 재정비하며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차세대 전력 인프라'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등 전력 인프라 건설 수요 증가에 따른 철강재 수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동국제강도 지난 2024년 해외영업팀을 신설한 후 지난해 이 조직을 수출영업담당실로 격상했다. 포스코도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 등에 대응하는 미래전략수요실을 가동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 인프라 건설 붐이 일면서 숨통을 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철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