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가 국내 인버터 제조사 7곳이 설립하는 조인트벤처(JV)에 투자한다. 인버터는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직류(DC) 전력을 교류(AC)로 변환해 전력망에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한전이 인버터 JV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인버터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중국산 인버터 사용 규제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태양광 업계는 현재 국내에 설치된 인버터의 80~90%를 중국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8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OCI파워·다쓰테크·에코스 등 인버터 제조업체 7곳은 합작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한전은 이달 설립 예정인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해당 JV에 투자를 집행, 국내 인버터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산하 발전 자회사 등이 보유한 신기술과 특허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사장 공모 등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에 공장을 둔 인버터 제조업체가 모여 JV를 설립할 것"이라며 "한전 기술지주회사는 JV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기술 지원, 인버터 국산화 표준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한전, 국내 인버터 제조업체 등과 함께 '태양광 인버터산업 발전협의체'를 발족했다. 국내 인버터 제조사들의 JV 설립은 발전협의체가 추진하는 인버터 국산화 과제 중 하나다.
인버터 JV는 미국, 독일 등에서 인버터 핵심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제조 단가를 낮추는 전략도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제조 인버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인버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中 인버터, 원격 통신장비 통한 보안 우려 제기
인버터는 발전량, 부하, 계통 상태 등 각종 전력 관련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인버터는 운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유지 관리를 위해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원격 접속이 가능한 통신장비를 이용하면 인버터 제작업체가 전력 공급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의 중심에 중국산 인버터가 있다. 미국 에너지 당국은 지난해 5월 중국산 인버터 제품 설명서에 기재되지 않은 통신장치를 발견하고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버터 생산국이다. 컨설팅 회사 우드매켄지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선그로우(Sungrow)와 화웨이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가 전 세계 인버터 시장 점유율 1·2위다. 상위 10대 인버터 공급업체 중 6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산 인버터를 겨냥해 안보 대책을 가장 먼저 꺼내든 건 유럽이다. EU는 지난달 EU 재정이 투입되는 에너지 사업에 중국산 인버터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 태양광 제조협회는 200기가와트(GW)가 넘는 유럽 태양광 발전 용량이 중국산 인버터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1GW급 원자력발전소 200기의 발전 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3~4GW만 인버터로 통제해도 전력 공급에 광범위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가 전력망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을 겨냥해 외국산 인버터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인버터를 이용해 미국 내 전력 공급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새로운 제한 조치를 마련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노후 인버터 국산으로 교체 지원"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인버터 보안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연평균 10GW 규모의 태양광 보급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인버터 생산능력은 연간 1GW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설치된 인버터의 80~90%는 중국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정부도 외국산 인버터와 관련해 다양한 솔루션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인버터 관련 보안 기준을 강화하고 노후 인버터 교체 시 국산 제품 사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노후 인버터 교체와 관련해 약 2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