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무인기용 엔진의 시제 1호기가 7일 첫 공개됐다. 그간 미사일용 단수명 엔진은 국내 기술로 개발됐지만, 수천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수명 엔진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본격적인 '항공엔진 자립'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경남 창원시 창원1사업장에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 시제 지상 시험 착수식'을 열고 5500lbf(파운드포스)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을 선보였다. 두 엔진 시제기는 작년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아덱스(ADEX)'에서 모형만 전시됐었는데, 이날 처음 엔진 실물이 대중에 공개됐다. 터보팬은 팬 형태의 공기흡입구를, 터보프롭은 프로펠러 형태의 흡입구를 갖고 있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행사'에서 5500lbf급 터보팬엔진(왼쪽)과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이 공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엔진 시제기들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돌입한다. 내년까지 가속, 감속 운전을 통해 엔진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며 내구성을 확인한다. 이후에는 고·저온, 진동, 충격 등의 환경에서도 엔진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환경시험과 정지 상태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추력을 상황별로 측정하는 시험까지 통과해야 무인기에 탑재돼 시험 비행을 시작할 수 있다. 시험 비행의 목표 시점은 2030년대 초반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5500lbf급 터보팬 엔진이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터보팬 엔진이기 때문이다. 터보팬 엔진은 전투기와 수송기, 대형 무인기 등 고속 비행체의 핵심 동력원으로 꼽힌다. 한국은 그동안 엔진 조립과 정비 능력은 확보했지만 핵심 설계 기술은 해외 업체에 의존해 왔다.

이번 시제기 개발은 단순히 무인기용 엔진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설계·개발·생산·정비(MRO)까지 가능한 항공엔진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는 2010년대 후반부터 고압 압축기와 연소기, 고압 터빈으로 구성된 코어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수년간의 연구 끝에 완제품 시제기를 만들어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5500lbf급 엔진이 전시돼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정부와 업계는 앞으로 더 큰 항공엔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올해 중 1만lbf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 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1만lbf급 엔진은 연료 효율을 높여 고고도에서 장기 체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1만6000lbf급(후기연소 시 2만4000lbf급) 전투기용 첨단 항공엔진 개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 전투기와 각종 항공 플랫폼의 국산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가 항공엔진 사업을 확대하는 건 시장성 때문이다. 올해 초 군 당국이 공개한 첨단 항공엔진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개발사업은 올해부터 2040년까지 약 5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엔진 개발에 3조3000억원, 소재 개발에 8000억원, 인프라 구축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현재 사업 추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엔진 교체가 필요한 전투기들도 다수 있다. 한국 공군의 훈련기 T-50의 경우 현재 약 30년 정도 운용됐다. 후속 훈련기도 개발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후속 훈련기에 탑재할 엔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투기 엔진은 해군 함정이나 중형 수송기 등에도 쓰일 수 있는 만큼 파생력도 크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이 국산 항공엔진 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항공엔진사업팀장은 "2060년대까지 최소 1500대 정도의 엔진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항공엔진 3대 기업으로 꼽히는 프렛 앤 휘트니, 롤스로이스, GE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게 한화에어로의 목표다.

한화에어로는 엔진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배출되는 항공엔진 관련 전공자는 1년에 30~4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화에어로는 재작년부터 국내 항공 연구개발 대학들과 협력해 150명 수준이었던 연구진 인력을 410명으로 확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