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창원1사업장.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5500lbf(파운드포스)급 무인기 엔진의 시제 1호기가 7일 진행될 지상 시험 착수식을 위해 무대에 전시돼 있었다. 파운드포스는 엔진 출력 단위로, 1파운드(453g)를 밀어내는 힘을 뜻한다. 5500lbf급의 엔진은 단순 계산하면 2.5t(톤)까지 띄울 수 있다.

전시된 5500lbf급 엔진은 길이 약 2m, 공기흡입구 지름은 60㎝의 크기였다. 1980년대에는 길이 12m, 중량 9.1t(톤)의 고등훈련기(유인기)에 쓰였다. 유인기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현재는 무인기에 활용되는 엔진으로 분류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5500lbf급 엔진이 전시돼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5500lbf급 무인기 엔진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장수명 엔진(수천시간 사용 가능한 엔진) 시제 1호기다. 2013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계를 시작하고, 2019년 한화에어로가 본격 개발에 나서면서 시제품이 완성됐다. 이날부터 지상 시험 등을 거치며 완제품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2040년대까지 1만6000lbf급 전투기용 첨단 항공엔진까지 독자 개발하는 것이 한화에어로와 ADD의 목표다. 항공엔진 자립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10년간 2조원 투자… 항공엔진 자립 경쟁력 키웠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10년간 창원1사업장에 2조원 가까이 투자하며 5500lbf급 무인기 엔진의 시제기를 개발해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1조8000억원으로, 이 중 시설에만 1조330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에어로는 투자 확대를 통해 외국 기업의 면허를 활용해 생산하는 F414 엔진(한국형 전투기 KF-21용)과 F404 엔진(경공격기 FA-50용)의 품질을 지속해서 개선하면서, 국산 기술로 개발된 5500lbf급 무인기용 엔진과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의 시제기를 확보하게 됐다. 엔진 시제기는 조립을 끝낸 뒤 이뤄진 시험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5500lbf급 무인기 엔진은 현재 대한항공(003490)이 개발 중인 저피탐(低避探) 무인 편대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탐지 확률을 낮춘 것이 특징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KF-21과 함께 유무인 복합 편대를 이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은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에 탑재되는 캐나다산 엔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내 시운전실에 5500lbf급 무인기 엔진이 걸려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데이터와 정밀도가 엔진 품질의 비결

이날 창원1사업장 엔진테스트셀 내 '제트 2 시운전실'을 방문하자 F404 엔진 1기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과 이어진 파란색 구조물에 단단하게 고정된 채 바닥으로부터 약 2.5m 높이에 떠 있었다. 반원 형태 철망으로 된 공기흡입구, 공기를 연소시키는 엔진의 중간 단계, 끝단의 애프터버너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전선과 케이블이 연결돼 있었다.

엔진과 연결된 파란색 구조물은 테스트 어댑터다. 엔진에 시동을 걸면 앞으로 나가려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테스트 어댑터와 엔진 사이에는 센서가 다수 부착돼 있다. 이를 통해 엔진이 시동·가속·감속·정지 등을 하며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제어실의 컴퓨터로 보내준다.

제어실에선 8개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엔진 성능을 점검한다. 이곳에서 5500lbf급 무인기 엔진의 시험 운전도 같은 형태로 10일간 진행됐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디지털트윈이 적용된 첨단 항공엔진 제작도구(치공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 내에는 이런 시운전실이 8개 더 있다. 실내에 7개, 외부에 2개 등 총 9개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과 경공격기 FA-50용 F404 엔진, 각종 유도 미사일에 들어가는 엔진 등이 모두 이 시운전실을 거쳤다. 엔진의 최종 완성도를 확인하는 곳인 만큼, 한화에어로 항공 엔진 사업의 핵심 공간인 셈이다.

엔진의 조립 품질을 위해 중요한 것은 정확도와 정밀도다. 엔진이 안정적으로 동일한 성능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볼트와 너트 한 세트의 조임 정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성능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F404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만 1700개에 달하는데, 부품에 따라선 1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미터)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화에어로가 도입한 것이 토크렌치다. 볼트와 너트에 일정한 힘(토크값)을 주기 위해서다. 조임 정도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표시되는데 초록색이 뜨면 정상 체결, 빨간색이 켜지면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산 진척 상황과 공정 누락, 납기 지연을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김승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생산기술팀장은 "이런 조립 절차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며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있어 품질 안정의 핵심"이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최초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인 5500파운드엔진을 만들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韓, 장수명 항공엔진 보유… 수출·산업도 확대

정부와 기업이 독자 엔진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항공 엔진은 항공기의 성능과 작전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구성품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MTCR(항공엔진 확산을 막기 위한 협약) 등의 제도를 통해 기술 이전이나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국산 엔진은 산업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기부터 엔진, 항전장비, 무장 등이 수직 계열화될 경우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은 "한국이 최신형 전투기(6세대)로 발전해 나갈 때도 국내에서 외국 면허를 활용해 엔진을 생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최근 미국이 F35 전투기 엔진의 유럽 판매를 거부한 사례를 감안하면 결국 미래 항공·우주 체계 산업에서는 독자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