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3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가 직류(DC) 송·배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전력이 직류인 데다,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장거리 송전을 하려면 직류가 교류(AC)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직류 송전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해외 사업자와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일 LS일렉트릭 천안 사업장에서 'K-DC 산업 확산 2026' 행사를 열었다. 한전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중압직류송전(MVDC)·저압직류송전(LVDC)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직류 기술 범위를 배전망, 산업 현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창원 한국전기연구원에 세워진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험인프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용량 전력을 현재의 교류 방식이 아닌 직류 방식으로 먼 곳까지 보내는 차세대 전력전송 기술을 검증하는 곳이다. /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 HD현대일렉·LS일렉, 자사 건물에 직류 배전 구축

그동안 송·배전 시장의 표준은 교류 중심으로 구축됐다. 교류는 변압과 장거리 송전이 쉽다는 이유로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직류 역시 고압으로 변압하기 쉬워졌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는 직류를 만들기에 송·배전 역시 직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생겼다.

직류 송·배전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멀리 보내는 송전, 건물이나 가정에서 전력을 나눠 공급하는 배전 선로를 직류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인용컴퓨터(PC)와 LED 조명, 배터리로 구동되는 휴대전화 등 상당수의 전자기기는 직류 전원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 전력망은 교류 기반이다. 때문에 PC에는 교류 전력을 직류로 바꿔주는 어댑터가 붙어있다.

이 과정에는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건물 입구에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변환기가 설치되면, 각각의 전자기기는 전력 변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전력 변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자사 건물에 직류 배전 설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23년 경기도 성남에 있는 HD현대그룹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이하 GRC)에 1MW급 빌딩용 직류 배전 설비를 설치했다.

이 설비는 한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1MW급 직류 배전 설비는 GRC의 LED 조명, 냉·난방시스템, 전기차 급속충전소, R&D설비 등에 전기를 공급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실증 단계에 머물렀던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이 지난 2일 천안 사업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한 'DC 팩토리'에도 직류 배전 설비가 적용됐다. LS일렉트릭은 반도체 변압기(SST), 반도체 차단기(SSCB) 등 직류 전용 핵심 기기를 DC팩토리에 구축했다. 직류 배전으로 전달받은 전력을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력변환장치(PCS)를 양산할 예정이다.

◇ 전력기기 업체, 전압형 HVDC 변압기 국책과제로 개발 중

전력기기 업체는 직류 배전을 넘어 직류 송전에 필요한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용 변압기'를 개발 중이다. 정부가 호남·충청 등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전력 수요가 밀집된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전압형 HVDC 변압기는 교류와 직류를 바꿔주는 변압기로, 실시간으로 양방향 전력 제어가 가능하다. 과거 개발된 전류형 HVDC 변압기는 제주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를 육지로 전달하는 역할만 할 수 있었다. 전압형 HVDC 변압기는 제주에서 육지로 재생에너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제주 지역의 전력이 부족할 때 육지에서 제주로 전력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각 업체의 개발 전략은 다르다. 효성중공업은 자체 개발을 추구한다. 효성중공업은 독자적으로 200MW급 전압형 HVDC 변압기 기술을 개발했다. 이 장비는 지난 2024년 경기도 양주변전소에 설치됐다. 다만,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서 필요한 용량은 2GW급이라 성능을 10배로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전압형 HVDC 변압기 선두 주자인 스웨덴 히타치에너지, 미국 GE 버노바와 각각 손잡았다. 히타치에너지는 전 세계에 설치된 전압형 HVDC 변압기의 70% 이상을 공급한 업체다. 지난 2024년 12월에는 국내 최초 전압형 HVDC 사업인 완도~동제주 구간 시스템을 준공했다.

한 전력기기 업체 관계자는 "전압형 HVDC 변압기 개발 국책과제는 2027년 말에 종료된다"며 "국산화에 성공하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구축하면서 레퍼런스를 쌓아 히타치에너지, GE 버노바, 지멘스 에너지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뚫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