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C,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과 저가 공세로 장악해 버린 에틸렌·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 제품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김동춘 LG화학 최고경영자(CEO, 사장)는 지난달 22일 타운홀 미팅에서 "반도체를 비롯해 모빌리티, 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이 있는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 LG그룹 제공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약 70%는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소재 육성 산업에 들어간다.

LG화학은 반도체 분야에서 첨단 패키징 소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패키징용 접착제, 열관리 소재, 유리 기판 등 고부가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1조원 규모인 전자소재사업을 2030년까지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도 반도체 호황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한덕화학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평택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한덕화학은 글로벌 1위 반도체 현상액 제조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현상액을 생산한다. 현상액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미세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현상 공정에 필요한 소재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한덕화학이 6월 19일 경기도 평택 포승(BIX)지구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생산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 롯데케미칼 제공

한덕화학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반도체 현상액을 공급 중이다. 울산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베팅하기 위해 평택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다. 총투자금은 1300억원 규모다. 2027년 하반기에 상업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 기판 상용화 속도전에 나섰다. 유리 기판은 반도체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연결할 때 주로 쓰이던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게임 체인저로 여겨진다.

SKC는 지난 5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671억원을 마련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유리 기판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개발 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현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유리 기판 샘플을 생산 중이다.

SKC의 또 다른 자회사인 ISC는 국내와 베트남에 있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 제조 공장 증설에 나섰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칩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할 때 사용하는 부품이다.

ISC의 투자 규모는 1000억원으로, 한국 공장에서는 내년 1분기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내년 매출을 최대 4000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매출액은 2900억원이다. ISC 관계자는 "성남과 안산에 흩어져있던 생산 시설을 송도에 모으고 연구개발 관련 조직도 이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